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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연수기

서울 토박이 남매의 American Life (YTN 김영수)

작성자 : 222 / 작성일 : 2014-12-24


미국에 오기 전, TV에서 흑인 아이를 보고 “저 아이는 안 씻어서 그렇지 ?” 라고 물었던 유치원생 아들 수찬이가 미국 땅을 밟은 지 벌써 넉 달이 되갑니다. 영어 유치원을 다닌 적이 없어 걱정이 많았지만 첫 날 부터 미국 유치원이 한국 유치원보다 더 크고 재미있다며 즐겁게 다니고 있고, 5학년인 큰 딸 소희도 플룻도 배우고 축구클럽 활동을 하며 2009년 가을 보내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틈틈이 부모를 따라 나이아가라 폭포에 보스턴, 뉴욕 등 미국 곳곳으로 여행까지 다니니 아이들에게 기자 아빠의 1년 연수는 가족간의 소중한 추억도 함께 쌓아가는 특별하고 잊을 수 없는 시간이 되겠죠? 우리 가족 연수기 먼저 우리 아이들의 미국생활 넉 달에 초점을 맞춰 보겠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워싱턴 D.C 서쪽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 비엔나에 있는 Westbriar elementary school 입니다. 미국 카운티에서 가구당 소득이 가장 많은 페어팩스 카운티 내에 있어 시설도 좋고 평가기관에서 내놓은 학교 순위도 늘 최상위권에 있는 초등학교 입니다. 아이들 교육환경이 좋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한국 아이들이 최근 부쩍 늘어 수찬이 학년에는 4명 정도 소희 학년에는 10명 정도의 학생이 한국인으로 올해 초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고 합니다. 

 

교육 환경이 좋다는 소문을 듣고 미국 다른 주에서 이 곳으로 이사 온 한국인 가족들도 많은데 어느 가족은 한국인 아이들이 많다며 또 다른 곳으로 이사하는 열성 아닌 극성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딸 아이는 미국 초등학교라는 낯선 환경에 1년 먼저 온 한국아이들에게 도움을 받아 학기 초에 스트레스를 덜 받았고 학교에서는 무조건 영어만 쓰도록 하기 때문에 오히려 좋다고 하더군요. 무엇이든 다 장단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학교 수업은 오전 9시에 시작해 오후 네 시에 끝나고 애프터 스쿨이 있는 날은 다섯 시에 끝납니다. 우리 아이들은 학교가 집에서 5분 정도 떨어져 있어 8시 45분에 스쿨버스를 타고 등교하고 오후 4시 15분쯤에 집에 옵니다. 오전에 가면 오후 늦게 돌아오니 저나 아내에게는 7시간의 자유가 주어지는 셈이지요 . 한 반에 학생은 25명 정도이고 담임 선생님 외에 담임을 보조해주는 선생님까지 두 분이 아이들을 보살펴줍니다. 

 

수찬이는 유치원생이라 ABC 알파벳과 기초 단어, 기본적인 숫자 등을 대부분 그림과 음악, 놀이를 통해 배우고 있고 점심을 먹은 뒤에는 한 시간 넘게 학교 운동장에서 아이들과 축구를 하며 뛰어다닙니다. 얼마 전, 우연히 학교행사에서 아들 녀석이 미국 친구들과 노는 것을 봤는데, play, up, down, ball, can, with, me, you, sorry, 등 필요한 단어들을 제법 잘 구사하며 정말 한국 친구들 대하듯 하더군요. 특히 발음 하나는 우리 부모가 따라할 수 없을 정도가 됐습니다. 

 

큰 딸아이는 5학년이라 영어 작문, 수학, 과학, 사회, 음악 미술 등을 배우고 있는데 학교 수업 가운데는 역시 한국아이들이 잘하는 수학이 가장 재미있다고 하고, 영어 작문과 미국 역사, 사회가 어렵지만 시간이 갈수록 미국 선생님 말이 잘 들린다고 하니 위안이 됩니다. 큰 아이는 5학년이라 발음이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큰 아이도 영어 발음도 네이티브 처럼 변하고 있어서 놀라고 있습니다. 

 

큰 아이는 또 학교에서 악기를 의무적으로 배우도록 하고 있어 플룻을 선택해 배우고 있고, 애프터 스쿨 즉 방과 후 프로그램으로 과학과 달리기를 하고 싶다고 해서 목요일에는 과학 실험 수업을 듣고 있고 월요일과 수요일에는 달리기 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체스나 스페인어 등 다양한 방과후 활동이 있지만 본인이 원치 않아 듣지 않고 있죠. 특히 달리기는 Girls on the run 이란 전국 여학생 프로그램으로 12월 초에 부모와 함께 5마일, 8킬로미터를 달릴 수 있도록 기초 체력을 쌓는 운동인데, 미국인들이 운동으로 러닝을 좋아하는 이유가 여기에도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아이들의 점심 식사 메뉴는 한달 먼저 나오는 메뉴판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주로 스파게티, 햄버거, 치킨 등의 아이들이 좋아하는 메뉴로 구성되어 있지만, 메뉴가 한국 학교에 비해 한정적이라 때로는 도시락을 싸달라고 조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학생들은 자유롭게 학교에서 급식을 먹을 수도 있고, 도시락을 싸오는 경우도 있으며 유치원생인 수찬이의 경우매일 급식 외에 간식을 싸가야 합니다. 간식은 초콜릿, 캔디, 소다수 등의 건강에 안 좋은 간식은 철저히 배제되어 있으며 곡물바, 과일 등의 간식을 조금씩 싸주면 됩니다 

 

소희는 또 학교수업이 없는 금요일 저녁과 토요일에는 Soccer Club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원래 축구를 좋아해 가입시켜주었는데 같은 또래 여자 아이들과 한 팀을 구성해 금요일 저녁에는 두시간 동안 축구 연습을 하고 토요일에는 다른 Soccer Club 과 시합을 합니다. 유치원 때부터 축구를 해서인지 여자아이들인데도 무척 잘 뛰고 잘 찼습니다. 물론 부모들이 모두 가서 코치도 해주고 응원도 해주는데, 팀 내 유일한 동양인인 소희에게 많은 관심을 가져주는 바람에 미국 친구들도 많이 생겨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은 훈련과 경기를 통해 공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근성을 배우고 또 서로 돕고 협력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었습니다. 특히 Soccer Club 정신 가운데 하나인 "나" 에 대한 Respect 뿐 아니라 상대팀과 심판에 대한 Respect는 우리 어른들도 배워야할 덕목이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전반 25분, 후반 25분 내내 아이들은 쉴 새없이 뛰었는데 소희도 처음에는 힘들어하더니 요즘엔 뛰는 범위도 넓어져 체력이 훨씬 좋아진 것 같았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아이들이 게임에 져도 크게 실망하지 않고 오히려 서로를 독려할 줄 안다는 것이었습니다. 경기 중에 골이 빗나가도 “Oh No ” 보다는 “Good try"로 더 큰 응원을 해주며 지고도 이기는 법을 배우고 있었습니다. 

 

여기 와서 느낀 거지만 미국의 초등학교 당국과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학습 뿐 아니라 아이들 체력 건강에 더욱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습니다. 당초 뚱뚱한 아이들이 많을 줄 알았는데 학교에 뚱뚱한 아이들이 거의 없고 콜라 대신 우유나 쥬스를 먹고, 햄버거 대신 샌드위치를 주로 먹는 튼튼한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미국 아이들의 체력은 확실히 학원에 시달리는 우리 한국 아이들보다 월등하게 뛰어났습니다. 건강한 육체에서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이 더욱 절실히 느껴졌습니다. 

 

이 처럼 초등학교 때 다져진 기초 체력과 운동하는 습관은 중학교는 물론 고등학교 대학교 때까지 이어져 상당수의 미국 학생들이 평소에도 열심히 운동하고 또 시험 기간에는 며칠 밤을 새면서도 끄떡하지 않는 체력을 유지하고 있어 한국 유학생들이 이를 가장 많이 부러워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한국 부모들이 자녀들의 장래에 정말 중요한 것, 건강한 정신과 체력을 길러주는데 너무 소홀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하는 사례였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학교 말고 가장 좋아하는 곳 가운데 하나는 집 근처에 있는 도서관입니다. 평소 공룡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다섯살 박이 아들은 수 백 권이 넘는 공룡 관련 책들을 보고 매일 도서관 가면 안 되냐고 난리입니다. 한국에서는 몇 권 찾을 수 없었던 다양한 종류의 어린이 서적들이 너무도 많고, 새로 나온 책 뿐아니라 CD, DVD도 즐비하고, 한번에 50권을 3주간 빌려주고 또 더 보고 싶으면 3주간 더 연장까지 해주는 도서관, 아이들이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도서관입니다. 특히 한달에 한번 있는 도서관 북 세일은 권당 50센트에서 1불 밖에 하지 않아 내년에 돌아가지 않는다면 한 트럭은 사고 싶은 책들이 가득합니다. 

 

집에서 차로 30분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스미소니안 자연사 박물관 등 20여 여곳의 다양한 박물관도 아이들에게는 큰 선물입니다. 교과서에서만 볼 수 있는 마네 모네 피카소 작품들을 바로 눈 앞에서 볼 수 있고, 다양한 기획전은 또 하나의 재미를 선사합니다. 물론 워싱턴 D.C에 있는 박물관은 거의 모두 무료입장입니다. 보고나면 다리가 아플 정도로 큰 대형 박물관, 아직도 못 가본 박물관이 많으니 이 것은 (제)내가 내년에 연수를 마치고 돌아갈 때까지 풀어야할 숙제입니다. 

 

연휴 때는 주로 여행을 갔습니다. 북쪽으로 9시간을 달려 나이아가라 폭포에 도착해서 이틀을 보내고 다시 캐나다 토론토 오타와, 퀘백까지 다시 남쪽으로 보스턴 뉴욕까지 다녀왔고, 얼마 전에는 남쪽으로 또 8시간을 달려 테네시 주의 스모키 마운틴과 (차타누가에 있는 락시티, 루비 폴까지 미 대륙의 동부를 여행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여행은 또 하나의 소중한 추억이 되겠지요. (또 미국 와서 처음 시작한 캠핑 덕분에 여행의 폭이 훨씬 넓어진 듯 싶어 많은 추억을 만들고 있습니다) 여행기는 나중에 다시 올리기로 하겠습니다. 

 

여름 내내 집 앞 수영장에서 살았던 우리 아이들은 수영장 문이 닫힌 요즘 테니스 코트에서 테니스를 치거나 싱싱 카를 타며 휴일을 보내고 있습니다. 생일 초대를 받은 작은 녀석은 스케이트 장에서 생일파티가 있다며 벌써 부터 들떠있습니다. 한국 학교와는 많이 다른 미국 학교 생활, 잘 적응해준 아이들이 고맙지만 내년 여름 한국에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하는 한국 아이들이 많다니 은근히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벌써 3분의 1이 훌쩍 지나가버린 연수 생활, 우리 아이들도 이제 8개월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아니 긍정적인 마인드로 8개월이나 남았습니다. 넉 달 동안 이미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겠지만 앞으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겠지요. 연수기를 쓰고 있는 이 시간에도 학교에서 웃고 떠들고 있을 아이들을 생각하니 입가에 미소가 떠나질 않습니다. 오늘은 또 무엇을 배우고 어떤 새로운 일들을 겪고 있을지 그리고 그 이야기를 어떻게 엄마 아빠에게 재잘 재잘 들려줄지 보고 싶고, 기다려지는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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