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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연수기

미국의 보험 - 보험산업의 밑바탕은 신뢰

작성자 : 222 / 작성일 : 2014-12-24


신뢰에 바탕을 둔 미국 보험 

 

 

미국에서 망가지면 골치 아픈 것이 두 개가 있다고 합니다. 하나는 자동차이고 하나는 몸입니다. 미국에서는 인건비가 비싸니 자동차의 계기판에 경고등이 들어오면 “이번에는 또 얼마나 깨지나”라는 걱정이 앞섭니다. 정비소를 한번 가면 웬만한 고장이 나면 보통 한번에 1000달러 이상이 수리비로 들어갑니다. 예를들어 우리나라의 긴급출동서비스의 하나인 견인차량을 미국에서 부르면 1000 달러는 나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자동차 보험 가입할 때 1만원만 더 내면 긴급출동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가끔 해외 연수자 가운데서도 구입한 중고차가 자주 고장을 일으켜서 고생했다는 분들이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 다음은 건강입니다. 제가 아는 교포 가운데는 가족분 중 한분이 암에 걸려 미국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는데 100만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10억원 가량의 치료비가 나왔다고 합니다. 이 분은 결국 개인파산을 신청했습니다. 또 다른 분은 암 판정을 받고 한국에 가서 수술을 했습니다. 영주권자인 이 분은 국내 의료보험이 없었지만 한국에서 수술을 받고 입원을 해도 미국에서 치료받는 것 보다 훨씬 싸기 때문에 한국에 갔다고 합니다. 

 

 

 

미국에서는 보험이 필수불가결한 경우가 많습니다. 수요도 많고 보험상품도 다양합니다. 의무적으로 보험에 가입해야 하는 것도 많고 소비자가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가입하는 상품도 많습니다. 미국에서 자동차보험의 경우 국내의 책임보험처럼 상대방에 입힌 손해를 보상해 줘야 하는 책임보험은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합니다. 물론 종합자동차보험도 있습니다. 또 중고차가 고장날 경우에 대비해 수리비용을 지급해주는 보험상품이 따로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긴급출동서비스에 해당되는 긴급견인 비상주유 등을 해주는 곳으로 AAA(미국 자동차 서비스 협회,American Automobile Association)라는 곳도 있습니다. 

 

 

 

의료보험은 매우 복잡합니다. 미국인들에게 보험에 대해 물어봐도 누구하나 쉬원하게 이야기해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우리나라처럼 국가에서 시행하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건강보험이 없고 회사의 정책에 따라, 각 개인마다 커버리지가 다르니 일률적으로 설명하기가 힘든 것 같습니다. 

 

 

 

개략적으로 미국의 보험을 보면, 정부에서 사회보장제도 성격의 메디케어(Medicare)와 메디케이드(Madecade)가 있습니다. 메디케어는 65세 이상 노인에게, 메디케이드는 저소득층과 장애인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의료보험입니다. 

 

 

 

문제는 이들 혜택을 받지 못하는 중산층입니다. 종합보험을 들어주는 회사는 거의 없습니다. 이들 중산층은 거대한 병원비에 항상 노출이 돼 있죠. 오바마 대통령의 의료개혁에는 중산층의 부담이 가중되니 당연히 반발이 일어납니다. 

 

 

 

자동차 보험과 의료보험 이외에도 모든 주택은 보험을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합니다. 미국은 거대한 보험왕국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TV광고에도 올스테이트(Allstate) 가이코(Geico) 스테이트 팜(State Farm) 프로그레시브(Progressive) 등 제가 아는 보험사만 해도 자주 눈에 띕니다. 

 

 

 

미국에 살다보니 보험이 필수적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동차보험을 예를 들면, 동남부지역은 하리케인이, 서부지역은 집중호우가 내려 자동차를 떠내려 보낼 때도 있습니다. 중부지역에는 토네이도가 불어와 자동차를 날려버릴 수도 있습니다. 북부지역은 겨울에 눈이 와서 아무리 조심해도 눈길에 미끄러져 사고가 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야생동물과 충동하는 사고도 있습니다. 

 

 

 

의료보험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특히 육식을 많이하고 비만한 사람이 많은 미국인들이 건강에 신경을 쓰는 것은 신기로운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미국에 조깅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건강에 관심이 많아서이기 때문이 아니라, 병원에 입원하면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어서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여기서는 미국의 보험에 대해 제가 겪은 사례와 교민의 사례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어느날 제 자동차에 장착한 네비게이션이 사라졌습니다. 자동차 운전석 옆 유리창문을 깨고 네비게이션을 떼 간 것입니다. 예전 우리나라에서 카 오디오를 떼 가는 도둑이 있었는데 요즘 미국의 경기가 나빠지면서 이렇게 네비게이션을 갖고가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고 합니다. 

 

 

보험사에 물어보니, 먼저 경찰을 불러 서류를 작성한 다음 청구를 하라고 합니다. 현지 교민의 도움을 받아 경찰을 불렀는데 절차는 너무나 싱겁게 끝납니다. 사고 날짜와 깨진 유리창을 보여주고 차량안의 GPS가 없어졌다는 설명만이 전부였습니다. 5분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사건이 명확하게 보였기 때문일까요. 

 

 

경찰 접수번호만으로 보험사에서 깨진 유리창을 갈아줍니다. 다만 GPS와 같은 고가물건(300달러 주고 산 GPS가 고가인지는 몰랐는데)을 차안에 두는 것은 내 책임이기 때문에 보상이 안된다고 합니다. 

 

다음은 제가 애완견을 친 경우입니다. 

 

12월의 어느날 밤 집으로 돌아가기 길에 갑자기 검은 물체가 빠르게 달려오더니 차에 부딪치는 소리가 났습니다. 처음에는 미국에서 가끔씩 겪는 야생동물이 차에 치인 것인 줄 알았는데... 좀 떨어진 곳에서 한 여자가 “Oh my baby....”라는 외칩니다. 알고 보니 베이비는 애완견이었습니다. 

 

 

 

그날은 내 이름과 연락처를 그 여자에게 남기고 그 여자 역시 자기의 이름과 연락처를 주고 일단 헤어졌습니다. 사고가 걱정이 돼 교민에게 물어보니 “노스캐롤라이나에서는 애완견은 항상 줄에 매고 다녀야 하니 내 잘못은 없다”고 합니다. 다만 보험사에는 신고하는 것이 좋다고 충고합니다. 그리고 사고 상황을 설명하고 개가 묶여지지 않았다는 점도 알리라고 합니다. 

 

 

 

그 여자에게서 연락이 없어 저는 그것으로 일단락된 줄 알았는데 사고 후 한달 가량 지난 어느날 그녀에게서 전화가 오더니만 “애완견 치료비로 600달러가 나왔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저는 당연히 보험으로 처리하겠다고 말했지만.... 사고가 난지는 한달이 됐고 당시 경찰의 사고 진술서가 없어 걱정이 됐습니다. 이 여자가 사고 상황을 달리 말하면 어떻게 되나라는 걱정이 앞섭니다. 즉 자기는 개 줄을 하고 있었는데 내가 차를 빨리 몰아 피할 틈이 없었다고 한다면? 이런 걱정이 머릿속을 맴돌았는데 그녀는 보험사의 질문에 솔직히 답을 한 모양입니다. 보험사는 개줄을 매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험청구를 거절했습니다. 

 

 

 

이 두가지 사건을 겪으면서 제가 느낀 점은 거대한 미국의 보험산업이 움직이는 밑바탕에는 신뢰가 깔려 있다고 생각됩니다. 차량 유리창이 깨졌을 당시, 저는 경찰이 이렇게 허술하게 사고조서를 꾸며도 되나하는 생각과 보험사에도 이렇게 순순히 보상을 해줘도 되느냐는 의문뿐이었습니다. 제가 개를 친 사고에서도 개 주인이 말을 바꾸면 어떻게 되냐고 걱정했지만 이는 기우였습니다. 

 

 

미국 사회는 기본적으로 어떤 사람의 말은 진실이라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거짓말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상호 신뢰를 기반으로 해서 거짓말을 한 것이 발각되면 엄중하게 처벌하는 사회...미국의 보험산업도 이런 큰 틀에서는 비슷한 것 같습니다. 

 

 

 

다음은 교민의 사례를 들겠습니다. 이분은 차고 문을 열어뒀다가 골프가방 2개를 통째로 도난당했습니다. 정말 미국에 불경기를 실감하는 일입니다. 예전에는 차고 문을 몇시간을 열어둬도 도난사고가 없었는데 요즘은 이런 사고가 심심찮게 일어난다고 합니다. 골프가방 하나는 미국에서 산 것이고 하나는 한국에서 가져간 오래된 중고품이었습니다. 간단한 경찰조서와 함께 보험사에 청구(주택보험에는 화재뿐만 아니라 도난사고까지 커버한다)를 하려면 골프가방이 있었다는 증거(영수증이나 사진 등)를 제출해야 합니다. 미국에서 산 골프용품은 영수증이 있었고 한국에서 가져간 골프가방은 국제 이사짐 센터를 통해 배송을 했기 때문에 다행히 화물증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분이 잃어버린 골프용품의 가격을 신고하는데 한국에서 가져간 골프용품 가격은 인터넷에 나와 있는 동일 사양의 가격 보다 싸게 기록했다고 합니다. 골프채가 핑(PING) 제품이었는데 이 골프채를 사용한지도 오래됐기 때문에 분실 전에도 잘 사용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인터넷에 나온 가격을 합해보니 약 2700달러가 나왔는데 약 2000달러만 청구서에 기록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보험사에서 온 편지에는 쉽게 말해 “내가 알아보니 너가 신고한 가격 보다 비싸더라. 그러니 내가 산정한 금액인 2700달러까지 너가 청구할 수 있다”라는 어찌보면 좀 황당한 내용이 적혀있었습니다. 물론 조건은 골프채(예전 제품 그대로 구입하거나 이에 준하는 비슷한 신제품도 가능하다고)를 구입하는 조건으로 이 가격까지 보상해준다는 것입니다. 

 

 

 

아마 우리나라에서는 상상을 못하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 국내에서는 보험 가입자는 자기가 들은 설명과 실제 보상금액은 터무니없이 적다는 불만이 그치지 않는데... 그 분은 최종적으로 골프용품 2개 가격의 보상금액을 합해 고급 골프용품 하나를 장만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드라이브를 2개는 구입할 수는 없고(이 경우 하나는 보험금 대상이 안된다고 합니다) 각각 하나씩을 구입하는데 범위내에서 최고급품을 구입했다고 합니다. 

 

 

 

보험사가 이렇게 운영해도 될까라는 생각조차 듭니다. 철저히 고객을 신뢰하고 고객의 청구금액이 적으면 청구금액이 적다고 더 올려주겠다고 말하는 보험사가 미국보험사입니다. 이를 실제로 보지 못했다면 믿지 못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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