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222 / 작성일 : 2015-03-06
미국에서의 연수기간 동안 자녀들이 미국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다. 필자는 큰 아이가 미국 나이로 5세가 넘어 인근 초등학교의 킨더가튼(유치원)에 입학했다. 한국에서는 큰 아이가 유치원에 다녔는데, 부모인 우리가 유치원 생활에 관여할 일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학교가 끊임없이 학부모들에게 뭔가를 요구한다. 시도 때도 없이 이뤄지는 각종 크고 작은 행사와 도네이션(기부), 학급 준비물 챙겨주기 등 애 하나 유치원 보내는데 부모가 해야할 일이 엄청 많다. 미국에서 맞벌이 부모는 도대체 애들 학교생활을 어떻게 챙겨주나 궁금할 정도다.
일단 연수지역에서 평판이 좋은 학교를 찾아야 한다. 현지 거주민들에게 미리 정보를 물어보고 해당 학교에 전입이 가능한 지역에 집을 마련하는 것이 좋다. 앨러배마 터스칼루사 지역에서는 2곳 정도의 초등학교가 평판이 좋다. 미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학군이 좋은 지역은 집세가 다소 비싸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미국 학교로의 전학이나 입학 수속은 매우 간단하다. 여권과 집 계약서, 전기세 영수증, 예방접종증명서 정도만 갖고 학교 행정실에 가면 간단한 서류 절차로 마무리 된다. 다만 한국에서 준비해간 아이의 영문 예방접종증명서는 미국 학교에서 그대로 받아주지 않는다. 인근 보건소에 가서 미국식 예방접종증명서인 ‘blue form’으로 전환해서 학교에 내야 한다. 전환하는 절차에 몇 달러 정도의 수수료가 붙는다.
미국에서는 아이가 첫 등교할 때 1년 동안 학교에서 쓸 각종 학용품을 모두 사서 학급에 갖다줘야 한다. 준비해야할 학용품 목록은 학교에서 주는데, 종류와 양이 엄청 많다. 월마트, 타겟 등 인근 대형 마트를 뒤져서 학교에서 요구하는 제품의 스펙을 최대한 맞춰 구입했다. 입학시즌에는 대형마트에서 학용품을 대거 세일한다.
아이의 점심은 급식이나 도시락으로 해결한다. 급식은 하루 2.5달러 정도 비용이 든다. 아이에게 햄버거나 피자 급식이 아닌 밥을 점심으로 먹이겠다면 한국에서 도시락을 사서 가는게 좋다. 특히 미국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보온 도시락을 가져가면 좋다.
입학하자마자 학교에 도네이션을 하게 된다. 첫 도네이션은 학급 도네이션인데, 학급에서 1년 동안 쓸 물품 등을 구입하는데 사용된다. 우리 아이의 경우 45달러 정도였다. 한달 정도 후에는 학교에 하는 도네이션이 있다. 140달러 정도다. 이후에도 각종 명목의 소액 도네이션을 하라는 안내가 잊을만 하면 집으로 날아온다. 도네이션 외에도 학교에서 티셔츠나 컵 등 각종 물품을 팔아 학교 운영기금에 보태기도 한다. 심지어 인근 학교와 풋볼 경기를 열어 표를 팔기도 했다. 한국 사람들에게는 각종 도네이션과 학교의 수익사업이 낯설을 수도 있지만 기부문화가 발달한 미국에서는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다. 학교에서도 컴퓨터를 사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는 등 도네이션과 수익사업의 목적을 학부모들에게 공개한다. 도네이션을 안 했다고 학교에서 아이가 불이익을 받는 일은 전혀 없다. 그래도 큰 돈이 들어가는 것은 아니어서 가능하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좋다.
미국 학교에서는 크고 작은 행사와 파티들도 수시로 열린다. 입학 이후 굵직한 파티나 행사만 따져봐도 10월말 할로윈, 11월 하순의 땡스기빙데이(추수감사절), 12월 크리스마스, 1월에 입학 100일 파티, 2월에는 심지어 발렌타인데이 파티까지 매달 있다. 미국이나 해당 지역의 기념일 등에도 각종 작은 파티들이 수시로 열린다. 파티에는 주로 간단한 과자와 사탕, 음료 등을 준비해가야 하는데, 모두 학부모들 몫이다. 파티 때 마다 학부모 몇 명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한다. 미국인들과 교우관계를 더 넓히고 싶다면 학교 자원봉사 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것도 좋다.
미국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 준비물도 많이 요구한다. 예컨대 할로윈에는 별난 모자를 만들어 오라 하고, 어떤 날은 특정 색깔(예컨대 녹색, 오랜지색, 빨간색 등등) 옷을 입혀 보내라, 어떤 날은 100년 전 의상을 입혀 보내라, 파자마를 입혀 보내라, 크래이지 삭스(이상한 양말)를 신겨 보내라 등등 쉬지 않고 아이 뒷바라지 할 일이 생긴다. 발렌타이데이에는 급우들 전체(16명)에게 보내는 카드를 만들어 오라해서 주말 내내 카드 만드는데 보내기도 했다.
미국 학교에 다니다 보면 급우들의 생일 파티에도 가야 할 일이 많다. 필자의 아이는 지금까지 두 번 초대를 받아 친구 생일 파티에 참석했다. 한 번은 여자 친구 생일 파티로 집에서 행사가 있었고, 두 번째는 쌍둥이 친구 생일 파티인데, 다운타운의 볼링장에서 있었다. 미국은 아이들 생일 파티가 집에서 하는 경우와 놀이장소에서 하는 경우로 나뉜다. 보통 10달러 내외의 생일 선물을 준비해 참석한다. 유치원생들의 경우 대부분 부모가 동반해서 생일파티에 가기 때문에 이 또한 일이다.
한국의 교육열이 높다고 하지만 최근 미국 중산층 이상의 교육열도 한국 못지 않아 보인다. 학교에서 요구하는 수많은 숙제들을 미국 학부모들은 열심히 따라 한다. 아이의 학교생활 적응을 위해서도 학교가 요구하는 각종 준비물들을 충실히 챙겨주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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