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222 / 작성일 : 2015-03-06
미국 부모들의 자녀 교육
다섯살짜리 딸을 미국에서 키우면서 미국 부모들은 자녀 교육을 어떻게 하는지 유심히 살펴보게 됩니다. 그들이 아이들을 얼마나 강인하게 길러내고 있는지 생생하게 보여주는 모습들을 자주 접할 수 있었습니다.
작년 11월 중순 5킬로미터 달리기 대회에 참가했을 때 일입니다. 이미 겨울로 접어든 시기인데다 강한 비와 찬 바람이 덮치는 바람에 어른들 중에도 포기자가 속출했습니다. 3킬로미터를 막 지난 지점에서 열살쯤 된 남자아이가 힘에 부쳤는지 달리기를 멈추고 걷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뒤따라 가던 아빠가 백팩에서 뭔가를 꺼내기 시작하더군요. 저는 속으로 ‘아들에게 이만하면 잘했다고 등을 두드려주며 우산을 씌워주려나 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한국 아빠인 제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가고 말았습니다. 미국 아빠는 미리 준비한 소형 확성기를 꺼내 아들 귀 가까이 들이대고는 “이게 걷기 대회냐? 달리기 대회잖아. 남들 다 뛰어가는데 너만 걸어갈거야? 루저(loser)될래? 위너(winner)될래?”라고 고함을 질러대더군요. 이쯤에서 포기할까 생각하고 있던 저까지 정신이 번쩍 날 정도였습니다. 아빠의 질타를 받은 남자아이는 “너무 힘들어서 잠깐 걸었던 거라구요”라고 화를 버럭 내더니 식식거리며 다시 뛰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뒤 아이가 5킬로미터 달리기를 완주하고 결승선을 통과하자 아빠가 “우리 아들 장하다”며 안아주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엄마, 아빠보다 아이들 응석을 잘 받아준다고 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도 육아에 있어서는 매섭습니다. 작년 여름 어느 날 아파트 단지 내 수영장에 저희 집 아래층에 사는 할머니가 세살짜리 손녀를 데리고 나타났습니다. 할머니는 손녀에게 물안경을 잘 씌워주더니 수영장에서 가장 물이 깊은 쪽으로 데려가더군요. 한국 아빠인 저는 ‘키가 큰 할머니가 손녀를 안고 물 속에 들어가 놀아주려나 보다’ 했지요. 결과는 ‘천만에’ 였습니다. 할머니는 손녀를 안아들더니 1.8미터 깊이 물 속으로 인정사정 보지 않고 던져넣더군요. 세살짜리 여자아이는 죽기살기로 버둥거리며 물가로 겨우 기어나왔습니다. 할머니는 가쁜 숨을 몰아쉬는 아이를 다시 들어올리더니 “얼굴을 물 속에 담궈야 수영을 잘할 수 있단다(You can swim well with your face in the water)”라면서 다시 아이를 물 속에 집어넣었습니다. 옆에서 제 품에 안겨 편안하게 물놀이를 즐기고 있던 제 딸은 질겁을 하더군요. 이날 미국 할머니 덕에 손녀는 수영을 제법 배울 수 있었습니다.
아들, 딸이 대학생이 돼도 부모들이 스파르타식 교육을 포기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날씨 좋은 토요일, 골프 연습장에 한 아버지가 대학생 아들을 데리고 와서 레슨을 시작했습니다. 옆에서 보니 아들의 슬라이스 구질을 바로잡아주려는 거였습니다. 아버지는 “팔이 몸에서 자꾸 떨어지니까 그렇잖아”라며 여러 차례 야단을 쳤고, 아들은 “제 팔이 언제 몸에서 떨어졌다고 그러시는 거에요”라며 말대꾸를 하며 성질을 부렸습니다. 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공 한 바구니를 더 사와서 “팔을 몸에 꼭 붙여야 한다”며 다시 아들을 몰아붙이더군요. 아들이 또 말대꾸를 하자 아버지는 다시 공 한 바구니를 사왔습니다. 결국 이날 레슨은 아들이 고분고분하게 아버지 지적대로 팔을 몸에 붙이는 스윙을 익힐 때까지 계속되더군요. 최근 그 아들을 연습장에서 봤더니 슬라이스 구질이 사라진 것 같더군요.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던 한 전직 교수가 제게 해준 이야기도 기억에 남습니다. “미국에 있을 때 옆집 미국 아이들은 3개월이면 새 신발을 사야 하는데, 우리 아이들은 6개월이 돼야 새 신발을 사더라. 이게 무슨 뜻이냐? 미국 부모들이 우리보다 2배로 아이들에게 몸을 움직이도록 만든다는 이야기 아니냐. 또 미국 부모들은 아이가 뛰어놀다가 넘어져도 일으켜 주는 법이 좀처럼 없더라. 그만큼 신체적, 정신적으로 강하게 키우는 거다. 한 나라의 경쟁력이 부모들의 자녀 교육에서 시작된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요즘 저도 자녀 교육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전글 : 경향신문 김준기 기자 연수기 (2) - 부모들이 너무 바쁜 미국 학교
다음글 : 연합뉴스 최윤정 기자 연수기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