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  
  • 주요사업
  •   >  
  • 보험전문기자 연구지원
  •   >  
  • 해외연수기

해외연수기

연합뉴스 최윤정 기자 연수기 (2)

작성자 : 222 / 작성일 : 2015-03-06


 미국 남부, 그 중에서도 앨러배마는 한국인에게는 무척 낯선 곳이다. 현대차 공장이 앨러배마 몽고메리에 들어가고 협력사들이 따라 가면서 한인이 늘긴 했지만 그래도 앨러배마라고 하자 주변의 첫 반응은 대개 비슷했다. '그게 어디야?' 두번째 반응은 '벤조를 켜는 그 곳?'이었다. 미국에서 세번째로 한인동포가 많은 조지아주 애틀란타    와 인접해있지만 여전히 앨러배마까지 심리적 거리는 꽤나 멀다. 미국 친구들의 반응은 더 부정적이었다. 뉴욕과 보스턴에 사는 친구들은 장난인듯 진심인듯 경악하는 표정을 지었다. 인종차별 심하고 못 배우고 촌스런 레드넥들과 시대착오적인 남부 귀족들이 사는 동네로, 한마디로 살만한 곳이 못된다는 얘기였다. 

    나는 전임 선배로부터 살만한 곳이라는 얘기를 들은 터라 크게 걱정은 안했지만 넓은 미국 땅 중에서 하필 Deep south 앨러배마에서 산다는 것이 실감이 나진 않았다. 앨러배마라니 미국에서 촌스러운 시골의 대명사격이 아닌가. 영화 '스위트 앨러배마'에서는 뉴욕에서 잘나가는 패션 디자이너인 리즈 위더스푼이 사실은 앨러배마 출신이라는 '반전'이 있다는 설정이다. 촌스럽고 우직한 포레스트 검프의 고향도 앨러배마다. 비행기에서 만난 플로리다 출신 건축업자는 '시골 중에 시골(country country)'라며 놀렸다. 그나마 시골은 좋은 거랄까. 나쁘게는  '앵무새 죽이기'에 나오는 끔찍한 인종차별과 테러의 무대이다.  최근에 개봉한 셀마(Thelma)는 앨러배마 셀마 등지에서 벌어진 흑인 민권운동에 대한 영화다.  

    하지만 반년쯤 지난 지금은 앨러배마에서도 University of Alabama가 있는 터스칼루사는 연수생들에게는 숨은 보석같은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렌트비와 기름 값이 다른 지역에 비해 싼 편이라서 고정비가 적게 든다. 다만 렌트비에 비해 식료품 가격은 비싼 편이고 특히 유기농식품은 구하기도 어렵다. 

    인종차별 문제는 단기 거주자에게는 크게 걱정할 요인은 아닌 것 같다. 남부의 특징 중 하나가 'southern hospitality'여서 일단 겉으로는 무척 친절하기 때문이다. 한두번 얼굴 본 사이라도 다정하게 인사해주니, 뒤로는 어떻게 생각할지언정 몇번 보고 말 관계가 대부분인 단기 연수자에게는 충분하다. 특히 여성들은 문 열어주기나 계단에서 손 잡아 주기와 같은 호의와 공손하고 예절바른 'Yes, Ma'am'을 듣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사실 이 대목은 UA 교지에 경제학과 여학생이 게재한 칼럼 내용을 인용한 것이니 나만의 주관적 생각은 아니다.

    외국인이 많지 않은 환경은 장점이자 단점이다. 학교에 한국인은 커녕 외국인 자체가 거의 없으니 초기 적응기엔 아이가 무척 힘들어했다. 대신 영어를 배우는 속도는 빠른 느낌이다. 한인 마트나 한인 식당까지 차로 1시간이나 가야하는 점은 불편하지만 아예 한국을 떠나 사는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고 요리 실력이 느는 효과가 있다. 

    집에서 UA까지 10분 거리이다 보니 대학 캠퍼스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아이는 피아노를 뚱땅거리는 수준이지만 음대 내 연습실에서 대학원생에게 레슨을 받는 호사를 누린다. 좋은 영어 튜터를 구하기도 쉽다. 소박한 규모지만 대학 내 박물관의 교육 프로그램이나 무료 행사 등에 참가하는 재미도 있다. 

    총기에 관대한 남부지만 적어도 터스칼루사는 치안이 괜찮다. 우리 아파트에도 총을 가진 집이 꽤 있다지만 적어도 내 눈에 띄는 일은  없었다. 주요 공공시설에는 총기를 들고오지 못하게 돼 있고 월마트 같은 곳에서 총기를 파는 수준은 아니다. 

    남부 사투리가 심한 것도 단점만은 아니다. 이 지역 흑인 영어는 다른 지역에서 온 미국인들도 못 알아들을 정도이다. 하지만 남부 사투리에 시달리다가 표준 영어를 들으면 영어가 술술 잘 들리는 듯한 쾌감을 느끼게 된다. 

    인구 10만명의 작은 시골 동네지만 찾아다녀보면 문화를 누릴 수 있는 기회가 비교적 많은 편이다. 대학 내 무료 공연이 종종 열리고 최고 수준은 아니더라도 괜찮은 연극이나 무용, 음악 공연 등이 있다고 한다. 앨러배마는 미국에서 저소득 지역이지만 터스칼루사에는 표를 살 수 있는 부유층이 많은 덕택이란다. 터스칼루사는 남북전쟁 이전에 잠시 앨러배마의 주도여서 올드 머니가 많다고 한다.  

    도시 곳곳에 활력이 도는 분위기도 맘에 든다. UA는 지난 수년간 학생 수가 부쩍 늘어왔고 그에 맞춰 터스칼루사 곳곳에 아파트와 호텔 신축 공사가 진행 중이다.

    무엇보다 이 곳은 때 마다 변하는 하늘이 아름답다. 'Sweet home Alabama'라는 노래에서 'sky is so blue'라는 구절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이전글 : 조선일보 금원섭 기자 연수기 (2) - 미국 부모들의 자녀교육


다음글 : KBS 박일중 기자 연수기(1) - 4살 아이의 Pre-K 적응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