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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연수기

KBS 박일중 기자 연수기(1) - 4살 아이의 Pre-K 적응기

작성자 : 222 / 작성일 : 2015-01-07


 학군을 신경쓰지 않고 집을 구할 수 있었던 저는 다만 우리 나이로 5살, 미국 나이로 4살인 아이의 Pre-K를 어디로 하느냐가 최우선 고민이었습니다. 다들 알다시피 만 5살이 넘으면 초등학교에 있는 Kindergarten을 가게 됩니다. Pre-K는 사립입니다. 좀 큰 도시의 경우 한 달에 1000달러가 넘습니다. 이곳에도 Pre-K부터 고등학교까지 운영하는 사학이 있는데 Pre-K교육비가 한 달에 1000달러 가량합니다. 그 외에 일반적으로 보내는 곳은 교회 등에서 운영하는 Pre-K입니다. 과외활동을 제외한 교육비만 따지면 약 500~600달러 정도 됩니다. 집 근처로 배정되는 것이 아니고 학교처럼 스쿨버스도 없으니 아이를 차로 태워다 줄 거리와 교육환경까지 고려해 결정해야 합니다.

 

  제가 이곳에서 소개받은 곳은 First Presbyterian Church에서 운영하는 곳과 Calvary Baptist Church에서 운영하는 곳이었습니다. 둘 다 시내에 있습니다.(이 외에도 First Baptist Church 등 교회를 비롯해 여러 곳에서 운영을 하니 집 위치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Calvary Baptist에서 운영하는 곳은 점심과 간식 등 모든 먹을거리를 제공합니다. 부모가 편하겠죠. 다만 교실이 반지하 쯤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First Presbyterian에서 운영하는 곳은 대부분의 Pre-K처럼 도시락과 간식을 싸서 보내야합니다. 그리고 대로변에 위치해있습니다. 하지만 교실이 지상에 있고 놀이터와 바로 연결돼 있습니다. 저희는 사전에 First Presbyterian에 연락을 취해 자리를 확보해뒀습니다.

 

  그래도 혹시 몰라 아이를 데리고 두 곳을 모두 가봤습니다. 직접 갔을 때 Calvary Baptist에도 자리가 있다고는 했지만 아이도 First Presbyterian 쪽을 좋아했고 그 곳에서도 아예 아이의 이름표까지 교실에 붙여놨습니다.

 

  문제는 적응입니다. 아무리 아이들이 쉽게 친구들과 어울린다고는 하지만 아이로서는 알아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환경에 뚝 떨어진 겁니다. 어른이라면 미치고 환장할 일이죠. 게다가 이곳 Pre-K에는 한국 유치원에서 없었던 낮잠 시간이 있습니다. 길이도 무려 2시간이나 됩니다. 자지 않아도 된다고는 해도 그렇다고 떠들거나 마구 돌아다녀서는 안 됩니다. 다른 아이들 수면을 방해하고 놀기 좋아하는 애들이 같이 잠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한국에서 낮잠을 자지 않던 아이가 2시간동안 꼼짝하지 않고 누워있는 다는 것은 말할 수 없는 고통이었을 겁니다.

 

  아이는 당연히 Pre-K에 가지 않겠다고 떼를 썼습니다. 처음에는 가기 싫다는 말을 Pre-K 문 앞에서 하더니 점점 차 안에서, 집 문을 나설 때, 아침에 깨울 때, 전날 저녁...으로 반응이 이르게 왔습니다. 초반에는 우리가 한달 동안이나 Pre-K를 안보내고 데리고 있었던 게 문제였나도 생각을 해봤습니다. 혹시 반에서 맘에 드는 여자 아이와 친해지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도 하고 일부러 유도를 하려고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문제가 의외의 곳에서 풀렸습니다. 아이가 Pre-K를 다니기 시작한 지 약 3주만에 열리는 반 아이의 생일 파티였습니다. 가정 통지함에 반 아이의 생일파티 초대장이 들어 있었습니다. 저와 집사람은 그 초대장을 보고 “생일파티를 일요일에 한다는데 가면 우리도 그들 부모들과 어울려야 하지 않을까. 부담스러운데. 설마 아이가 가겠다고 하지는 않겠지?” 등등의 생각을 먼저 했습니다. 그런데 제 아이는 의외로 “반 친구 생일이니까 당연히 가서 축하해줘야지”라고 말을 했습니다.

 

  파티가 열린 곳은 동네 에어바운스가 설치된 실내 공간에서였습니다. 막상 가보니 부담이 없었습니다. 다들 온 가족이 함께 생일파티를 오더군요.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놀고 어른들은 각자 구석에 있는지 기존에 친한 사람들끼리는 얘기를 하든지...그냥 각자 알아서 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리고 신나게 노는 아이들을 보면서 한 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내 DSLR 카메라로 아이들을 찍어서 인화해서 주자고.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아이에게 사진 속에서 같은 반 친구를 찾게 했고(가족들이 다 왔으므로 그들의 형이나 동생도 있었습니다) 월마트에 가서 인화했습니다. 그리고 제 아이를 소개하는 카드를 손으로 적어서 반 아이들에게 사진과 함께 나누어 줬습니다.

 

 그렇게 하고 났더니 등하굣길에서 만나는 반 아이들 부모들한테서 고맙다는 인사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아이가 누구 누구와 친구가 됐다고 말하기 시작한 겁니다. Pre-K에 가기 시작한 지 한달이 조금 넘은 시점이었습니다. Pre-K 교사도 생일파티를 간 게 좋은 선택이었다고 말하더군요(사실 그 전에 어찌할지 몰라 교사와 상의도 했었습니다). 그 이후로 아이가 달라진 것을 느낀 것이지요. 예전에는 유치원 놀이터에서 빙빙 겉으로만 돌던 아이가 친구들과 섞여서 놀기 시작했습니다.

 

  자칫 부모가 부담스럽다고 피했다가 아이의 소중한 기회를 없애버릴 뻔 했습니다. 물론 훨씬 쉽게 어울리기 시작하는 아이들도 있겠지요. 하지만 역시 일단 부딪쳐 봐야 뭔가 되더라도 되지 않을까요. 아, 생일 파티를 Pre-K 교실에서 마술사를 불러다가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부모 없이 아이들만의 잔치입니다. 그리고 집으로 초대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집에서 생일파티를 하게 되면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고 하더군요. 다녀오면 부모가 녹초가 될 정도로... 좋은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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