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222 / 작성일 : 2014-12-24
미국 앨러배마 대학 연수기
경향신문 김준기
<영어 공부하기>
미국에서 1년 동안 체류하는 연수 생활을 영어 능력을 늘릴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면 좋다. 이번 연수에는 필자를 포함한 연수자들이 연수기관인 앨러배마 대학의 영어집중 학습 프로그램인 ELI를 이수하게 돼 있다. 앨러배마 대학이 위치한 앨러배마 주 터스칼루사에는 이밖에도 지역 커뮤니티와 종교단체 등을 통해 비용을 들이지 않고 영어를 공부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다. 필자도 그중 몇가지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1)지역사회와 대학이 연계한 영어 개인 교습
앨러배마 대학이 터스칼루사 지역사회와 연계해 만든 ‘글로벌 카페(Global cafe)’라는 기관의 영어 개인 교습(tutoring)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매주 두 번씩 방문해 한 시간씩 미국인 tutor와 영어로 대화하며 리스닝과 스피킹 공부를 했다. tutor는 앨러배마 대학의 학부생들이다. 이들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장학금을 받는다. tutor가 대학생이어서 프로그램은 학기 중에만 진행됐다. 필자를 포함해 수강자들이 내는 수강료는 없다.
학습 매뉴얼이 있긴 하지만 필자는 관심있는 특정 주제를 잡아 tutor들과 프리토킹을 하면서 발음이나 어휘, 표현들의 교정을 받았다. 앨러배마에서 인기 많은 스포츠인 풋볼에서부터 쇼핑, 여행 등 각종 미국 생활은 물론 미국 경제, 미국 정치(최근 치러진 중간 선거 등), 인종차별 문제(퍼거슨 사태 등), 한국의 역사와 정치 등의 주제들을 놓고 tutor들과 대화를 했다. tutor들은 영어 교습 전문가들이 아닌 일반 대학생이다. 필자는 여러 tutor들과 공부를 했는데, 전공이 회계학, 재무학, 스포츠사이언스 등 다양했다. 그러다 보니 체계적인 영어교습을 받는다기 보다는 영어 원어민과 장시간 집중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는데 의미가 있었다. 필자에게는 미국인들과 대화할 때 영어 부담감을 떨치는데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
글러벌 카페는 영어교습 프로그램 외에도 소규모 파티나 영화 시사회 등 각종 행사를 마련해 수강생들과 미국인 tutor들이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2)지역 교회 ESL
필자는 터스칼루사 시내의 한 침례교회가 비영어권 이민자들을 위해 마련한 영어학습 프로그램인 ESL에도 참여했다. 이 프로그램도 무료다. 터스칼루사에는 이 교회 외에도 3~4개 교회가 비슷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필자는 한 곳만 다녔지만 공부를 더 하겠다면 교회 몇 곳을 다닐 수도 있다. 프로그램은 인터넷을 통해 찾으면 된다.
필자가 다닌 교회의 ELS는 매주 한번 두시간씩 진행된다. 교습 시간 동안 교회에서 유아들을 맡아 돌봐주는 시스템까지 갖추고 있어 둘째 아이를 맡기고 아내와 함께 수업에 참여했다.
수업은 영어 교습 능력이 있는 교회 직원이 교사로 들어와 진행된다. 처음 프로그램에 등록할 때 간단한 테스트를 해 수준에 맞는 학급에 배당이 되지만 정교하게 이뤄지진 않는다. 자신이 원하면 좀더 높은 수준의 학급이나 낮은 수준 학급으로 옮길 수도 있다.
필자가 듣는 수업에는 중국인 2명, 과테말라인 2명이 고정적으로 들어왔고, 아프리칸이나 멕시칸 등이 들락날락 하곤 했다.
학습은 교사가 복사해 온 문법 등의 교재를 보고 공부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우리 학급의 경우 교사가 문법 공부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 수업시간의 상당 부분이 프리토킹으로 진행됐다. 문법은 수준이 너무 낮아 필자의 입장에서는 프리토킹이 더 유익했다. 대부분의 프리토킹 주제가 미국 생활에 대한 것이었는데, 영어 공부와 함께 미국 생활과 문화를 이해하고 터스칼루사 현지 정보를 얻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추수감사절 전에는 ‘블랙 프라이데이’ 쇼핑이나 ‘크리스마스 세일’을 어떻게 해야 현명한 것인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대화를 나누고 정보를 얻기도 했다.
<쇼핑 천국(?)에서 쇼핑하기>
미국은 흔히 ‘쇼핑 천국’ ‘소비자들의 천국’으로 불린다. 평소 쇼핑에 취미가 없는 필자도 천국의 계단을 경험하지 않을 수 없었다.
(1)한국 보다 못한 온라인 쇼핑 시스템
미국에 오기 전 쇼핑과 관련해 들은 얘기 중 하나는 이곳에서는 한번 산 물건을 반품하거나 교환하는 것이 너무 쉽다는 것이었다. 필자는 터스칼루사에 도착한지 얼마 안 돼 불가피하게 이런 상황에 직면했다. 월마트에 이어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체인마트인 ‘타겟’에서 아들에게 줄 플라스틱 야구 배트를 사왔다. 그런데 아들이 배트를 마구 휘두르다 사온지 하루만에 ‘톡’ 부러뜨리고 말았다. 부랴부랴 영수증을 찾아 마트에 가서 교환이 가능한지 테스트해보기로 했다. 제품에 하자가 발생한 것이 전적으로 우리(소비자)의 책임인지라 과연 새 제품으로 교환이 가능한지 회의가 들기도 했지만 일단 부딪쳐 보기로 했다.
마트에 도착해 소비자센터를 찾아가니 너무 쉽게 일이 처리됐다. 부러진 배트와 영수증을 보여주고 교환이 가능하냐고 물으니 담당 직원은 어떻게 하다 부러뜨렸느냐 등 아무런 기타 잔소리 없이 그저 환불을 원하는지 교환을 원하는지만 물었다. 결국 매장에서 새 제품을 필자가 직접 가져와 영수증을 새로 받은 뒤 교환해 왔다. 쇼핑 천국 혜택의 일각을 맛본 듯 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온라인 쇼핑에서는 비슷한 경우에서 좌절을 맛봐야 했다. 한국에서도 이용자가 많은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에서 40여달러 짜리 골프 풀링 카트를 구매했다. 주문을 한 직후(아직 제품은 도착하기 전) 시내의 한 스포츠용품점에서 비슷한 제품을 10달러 정도에 클리언스 세일을 한 다는 소식을 들었다. 필자는 아마존에 주문한 제품은 반품을 하기로 하고 세일 제품을 샀다.
얼마 전 우리가 고장낸 제품도 쉽게 교환이 된 기억이 있어 이번에도 쉽게 반품이 될 거라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반품을 하려 메일을 보내면서 반품 사유로 더 싼 제품을 발견했기 때문이라고 솔직히 썼다. 그러자 답신이 왔는데, 반품은 해주겠다면서도 각종 비용을 붙였다. 제품이 발송됐기 때문에 발송비용과 제품 포장 비용을 요구했다. 거기에 제품이 배달된 뒤 내 비용으로 제품을 반송해야 한단다. 이것 저것 다 합치면 40달러에 육박했다. 결국 반품을 포기하고 말았다.
한국의 경우 전자상거래법에 따라 제품을 수령하고 난 뒤 일정기간은 무조건 반품이 가능하고 비용도 들지 않는다. 한국에 비해서도 소비자에게 상당히 불리한 셈이다. 이유 중 하나는 미국의 배송 시스템이 한국에 비해 못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수많은 택배회사들이 온라인 쇼핑 상품을 배달도 하고 반품도 받아가지만 미국은 UPS나 페덱스 등 극히 일부 사업자가 배달 사업을 한다. 한국은 택배가 일단 집으로 온 뒤 받을 사람이 없으면 아파트 관리실에 맡기고 문자 메시지나 메모 등으로 내용을 알려주지만 미국은 그런 시스템도 없다. 일부 배달회사들은 아예 집은 들르지도 않고 그냥 관리실에 물건을 놓고 가버린다. 소비자는 자기 물건이 도착했는지 안했는지도 알 수 없다. 필자도 집에서 택배 도착을 기다리다 저녁이 돼도 안 오기에 인터넷에 접속해 배송 정보를 보니 배달 완료된 것으로 나와 관리실에 가서 찾아온 것이 수차례다.
(2)블랙 프라이데이 맛보기
미국 크리스마스 세일 시즌의 시작을 알리는 ‘블랙 프라이데이’ 쇼핑은 이제 한국에서도 유명해져 ‘직구족’이 늘어난다고 한다. 필자도 이왕 미국에 왔으니 블랙 프라이데이를 구경이라도 해보기로 했다.
추수감사절 다음날인 매년 11월 4번째 금요일에 미국 내 대부분의 상점들이 대규모 할인 판매를 한다는 ‘블랙 프라이데이’ 세일은 사실상 ‘블랙 떨스데이’ 세일이 맞겠다. 블랙 프라이데이 세일이 대부분 전날인 목요일(추수감사절) 저녁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필자 가족이 들르려고 계획했던 집에서 차로 한시간 정도 떨어진 중소규모 아울렛샵도 목요일 저녁 8시부터 세일과 판촉행사를 시작했다. 선착순 몇 명에게 쇼핑가방을 주고, 20달러 짜리 상품권을 주는 등 다양한 판촉행사와 보다 파격적인 세일폭이 목요일밤에 이뤄졌다.(미리 해당 아울렛샵의 회원으로 가입해 세일 정보를 이메일로 받았다, 인터넷 사이트에서도 세일과 행사 정보를 볼 수 있다) 필자는 어린 아이들까지 데리고 밤 늦게 쇼핑전쟁을 치르는 것이 부담스러워 아울렛샵의 경우 목요일 밤 쇼핑은 포기하고 금요일 아침 일찍 가기로 했다.
필자는 대신 목요일 저녁에 미국의 최대 체인마트인 ‘월마트’를 방문했다. 월마트의 경우 목요일 저녁 6시부터 장난감 등 일부 제품의 세일이 시작되고 저녁 8시부터 전자제품 등의 세일이 시작됐다. 필자 가족은 미리 받은 월마트의 블랙 프라이데이 세일 전단지에서 구입할 품목을 정해 놓고 갔다. 월마트에 오후 5시45분쯤 도착했는데, 드넓은 주차장에 빈 자리가 거의 없을 정도로 차가 많았다. 마트 내부도 인산인해여서 카트 몰고 다니기가 힘들 정도였다. 마트 안을 휘감은 꼬불꼬불한 긴 줄이 있길래 무슨 줄이냐고 물어보니 8시에 시작하는 노트북 할인 판매를 기다리는 줄이라고 한다. 필자 가족은 당초 계획대로 아이들 장난감과 인형만 구입한 뒤 마트에서 빠져나왔다. 월마트가 대표 세일 품목으로 전단지에 올린 것이다 보니 가격은 무척 쌌다. 한국에서의 가격은 물론 미국 내 각종 온오프라인 할인가 보다도 크게 낮은 가격이었다. 일단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셈이었다.
다음날 진짜 블랙 프라이데이에는 아침 일찍 아울렛샵으로 갔다. 이곳도 이미 전날 밤부터 개장해 밤새 문을 열어놓은 상태였다. 아울렛은 쇼핑객들로 아침 일찍부터 북적였다. 전날 밤 만큼의 파격적인 세일폭은 아니지만 그래도 적지 않은 할인이 이뤄졌다. 한 의류 매장에서는 향후 구입시 50달러를 할인(100달러 이상 구입시)해 주는 쿠폰을 받기도 했다. 금요일 당일에도 세일이 오전 10시에 끝나는 제품, 오후 2시에 끝나는 제품 등 세일 시스템도 복작했다. 사전에 이런 정보를 알고 와야만 실망을 줄일 수 있다.
블랙 프라이데이 쇼핑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보를 확보하는게 중요하다. 자신이 쇼핑을 하려는 매장에 사전에 온라인으로 회원가입을 하면 세일, 행사 정보는 물론, 할인 쿠폰 등을 얻을 수 있다. 부지런히 발로 뛰어야 돈을 아끼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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