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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연수기

한국경제 김현석 기자 연수기(1) - 미국 연수 초기에서 만난 뜻밖의 어려움

작성자 : 222 / 작성일 : 2014-12-24


<<미국 연수 초기에서 만난 뜻밖의 어려움>>

 

미국에 연수오기 전 여러 가지를 준비하게된다. 집 렌트와 전기 및 전화, 인터넷 신청, 그리고 현지 운전면허증 취득과 자동차 마련 등 생각할 게 많다. 준비를 미리 하고 간 덕분인지 나름대로 2주만에 수월하게 정착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새 생각지 못한 곳에서 뜻밖의 어려움을 겪은 게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가 달러 해외송금이다. 

 

미국에서 1년간 연수 생활을 하려면 여러차례 해외 송금을 하게된다.  

연수오기 전 한국에서 외화계좌를 만들어 환율이 내릴 때마다 틈틈이 환전을 하고, 해외 체제자 등록(거래 은행에 DS-2019, 비자, 여권 등을 가져가면 등록해준다. 등록된 해외 체재자는 1년 10만 달러까지 국세청 통보없이 돈을 송금받아 올 수 있다)을 해서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미국으로 떠나올 때 OTP와 공인인증서 등을 담은 USB를 챙겨 왔다.

 

미국에 도착해 가장 먼저 한 일중의 하나가 현지 은행에서 계좌를 만든 일이다. 뉴욕 LA 등 큰 도시라면 우리은행 등 국내 은행의 미국 지점, 법인을 통해 송금 등을 훨씬 쉽게 처리할 수 있었겠지만, 앨러바마에는 국내 은행 지점이나 법인은 전무하다.

그래서 현지에서 가장 큰 웰스파고에 계좌를 만들었다. 계좌 트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다. 돈과 DS-2019, 여권, 비자 등을 가져가서 ‘체크어카운트’를 만들겠다고 하면 된다. 체크어카운트는 수시입출금식 보통예금이다. 이자는 없지만 돈을 수시로 넣고 꺼낼 수 있다. 또 2000달러 이상 평균잔고 유지, 10회 이상 데빗카드 사용 등의 조건을 지키면 아무런 수수료가 없다.

체크 어카운트를 만들고, 연계된 데빗카드를 받고 인터넷 뱅킹 등록을 마치니, 이제 송금 받을 준비가 끝났다.

 

한 달이 지나 송금을 할 때가 왔다. 그런데 막상 송금을 하려니, 세 가지 어려움에 부딪혔다.

먼저 국내 은행 계좌로 들어가 송금을 신청하니 덜컥 안된다는 메시지가 떴다. 바로 예전에 아무런 생각없이 신청해놓은 해외 IP차단 서비스 때문이었다. 몇 년전 중국으로부터의 피싱이 한창일 때 아는 은행원의 권유로 신청해놓았는데, 이것 때문에 해외 IP에서의 거래 신청이 불가능했다. 

한국에 있는 은행 고객센터에 연락했더니, “이건 본인이 직접 와서 신청해야 해지를 해주는 서비스”라는 답변 이메일(해외 IP 차단서비서의 해지의 경우에는 본 코너 및 유선상으로는 처리가 불가하며, 반드시 고객님 본인께서 가까운 영업점 내방후 처리가 가능한 업무입니다. 다만 해외에 계신 고객님일 경우에는 전자금융거래법상 국내 대리인을 통해서 제신고 처리를 해주시거나, 해외 우리은행 영업점을 통한 제신고 처리요청을 진행해주실 수 있습니다)이 왔다. 난감했다. 이걸 해결하는데 일주일 이상이 걸렸다. 전자금융거래서를 다시 작성해 스캔을 떠서 보내는 등 쉽지 않은 방법을 거쳐야했다.  

그러니, 혹시 한국을 떠나기전 계좌에 해외IP 차단서비스가 적용돼 있는 지 체크하기 바란다. 

 

두 번째는 ‘라우팅 넘버’였다. 라우팅 넘버는 세계에 수많은 은행들을 구별하는 식별번호 같은 것이다. 웰스파고 홈페이지에 나온 웰스파고의 라우팅 넘버는 세 개였다. 

 

1. International Routing number (SWIFT code):  WFBIUS6S

2. Domestic routing number 121000248

3. Domestic wire routing number (for accounts opened in Alabama): 062000080

 

첫 번째 인터내셔널 라우팅 넘버를 국내 은행 계좌에 입력하려하니, 입력이 안됐다. 숫자의 자릿수가 맞지 않았다. 결국 은행에 전화해 알아본 결과 2번이 정답이었다. 미국 은행들은 큰 나라라 그런지 국내 라우팅넘버라는 걸 따로 갖고 있었고, 이걸 인터내셔널하게도 쓰고 있는 것이었다.

 

세 번째 사태는 두 번째 송금을 하던 날 발생했다. 갑자기 OTP가 작동하지 않았다. 자세히 보니 받은 지 3년 가량 지나 배터리가 방전된 것이었다. OTP는 배터리를 갈 수 없어서 방전되면 수명이 끝난다. 청천벽력. 

다시 국내 은행 고객센터에 연락해보니 이것도 사실상 본인이 들어와야 하는 일이었다. 대리인을 시킬 경우 ①전자금융이용신청서 ②신청인 실명증표 ③가족관계 확인서류 ④대리인 실명증표 ⑤영사확인 위임장 또는 아포스티유 협약국의 확인을 받은 공문서 또는 공증문서를 준비한 뒤 국내 가족에게 우편으로 보내고, 대리인이 ③, ④  번을 갖고 지점을 방문해야했다. 

이번에도 어렵사리 길을 뚫었다. 마침 보안카드도 갖고 왔는데, 보안수단을 OTP가 아닌 보안카드로 변경했다. 다만 이럴 경우 이체한도가 보안카드 한도(1000만원)으로 축소돼 다시 전자금융신청서를 팩스로 보내 한도를 늘려야했다.

향후 연수를 오는 사람은 OTP를 새걸 발급받던지, 아니면 아예 보안카드로 보안수단을 바꾸고, 이체한도를 늘린 뒤 오는 게 낫다는 생각이다.

 

이 일을 겪으며 한국의 은행 보안시스템이 참으로 복잡하다는 것을 느꼈다. 여기 웰스파고 은행은 거래시 그렇게까지 많은 보안기기 등을 요구하지 않는다. 핀번호가 사실상 전부다. 

 

정착할 때 겪게된 예상치 못한 두 번째 문제점은 가구 마련이었다. 

 

현지에서 중고 가구를 사려했더니 소파와 침대 2개, 식탁 및 의자 등을 합쳐 2000달러 가량이 필요했다. 렌탈을 알아보니 한달에 200~300달러선. 렌탈이 더 비쌌다. 

세계적인 가구업체 이케아(IKEA)의 홈페이지를 찾아보니, 마음에 드는 가구를 약 1700달러에 살 수 있었다. 가장 가까운 네 시간 거리의 애틀란타 이케아에서 배송해주는데 300달러가 소요되는 것으로 나와 배송비 포함 2000달러에 주문을 했다. 

문제는 주문한 게 8월7일이었는데, 주문 당시 예상 배송일이 9월17일로 제시됐다. 당시 주문을 한 아내는 이걸 8월17일로 읽었다. 설마 배송에 한달 열흘이 걸리리라는 걸 꿈도 못꿨기 때문이다.

 

물론 8월17일 가구는 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날 주문을 잘못했다는 걸 깨달았다) 9월 초 전화 한 통이 왔다. 배송 회사인데, ‘내일 집에 있는 지’를 확인하는 전화였다. 그러면서 다음날 전화를 준 뒤 배달해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다음달 전화는 오지 않았다. 걸려온 전화번호로 전화했더니 ‘STI’ 라는 딜리버리 회사가 나왔다. 이 회사 상담원은 우리 물건에 대해 전혀 모르겠다는 말을 반복했다. 너무 황당했다. 우리는 이케아 주문을 취소하고 월마트에서 가구를 사기로 했다. 

그러나 취소를 할 수 없었다. 이케아 홈페이지에 있는 아내 계좌엔 아무런 주문 정보가 남아있지 않았다. 인터넷 주문 취소나, 변경을 하려면 800으로 시작하는 전화번호에 전화하는 방법 밖에 없었다. 전화를 걸었더니 ARS 자동 응답을 거쳐 한 시간을 기다렸는데, 상담원 연결을 할 수 없었다. 홈페이지에 있는 Dear ANNA한테 물어보니, “배송 상황 문의는 내 상담 분야가 아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황당했다. 

 

구글링을 해보니, 이케아 인터넷 판매에 대한 불만이 엄청나게 많았다. “취소를 할 수 없다, 전화를 받지 않는다 ” 등등. 9월17일까지 기다리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러나 9월17일에도 배송은 오지 않았다. 우린 STI에 다시 전화를 했다. STI 상담원은 회사에 도매배송, 소매배송 등 여러 부서가 있는데 다른 부서 일인 것 같다며 다른 쪽으로 연결을 해줬다. 여러 전화를 거쳐 결국 담당 배송원(트럭 운전사) 전화번호를 알아냈다. 전화를 받은 트럭운전사는 당당하게 “일이 많아 다음주나 배송할 수 있을 것 같다. 연락하겠다”고 했다.

 

우린 무슨일이 있어도 주문을 취소하기로 했다. 이케아에 전화해 50분을 기다린 끝에 상담원이 연결됐고 그동안 겪은 일을 설명한 뒤 주문 취소를 요구했다. 상담원은 “그렇게 하겠다, 환불은 2주안에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일은 그렇게 쉽게 마무리되지 않았다. 2주가 지나도 환불은 이뤄지지 않았다. 다시 전화를 했다. 이번에는 40분만에 연결이 됐다. 상담원은 환불건이 많아서 늦어지고 있다며 사흘 뒤에 환불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답했다. (환불건이 많을 수 밖에 없겠지...) 

다행이 이번엔 사흘만에 환불이 됐다. 그렇게 환불받은 게 10월 10일께 였다. 주문에서 환불까지 무려 두 달이 걸렸다. 

 

다음 연수자들은 절대 이케아에서 인터넷 주문은 하지마시라, 두 달간 괴로울 수 있다. 이 건 나만이 겪은 특별한 사례가 아니다. 구글링을 해보면 엄청나게 많은 사례들이 있다. 아마도 이케아는 “와서 사라”는 방침인 것 같다. 궁금한 건 그렇게 인터넷 판매를 싫어하는데, 왜 주문은 할 수 있게 해놓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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