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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연수기

중앙일보 윤창희 기자 연수기 1(미국 개인주택)

작성자 : 222 / 작성일 : 2014-12-24


기자들이 올리는 연수기에는 정보가 참 많습니다. 저도 연수 준비하면서, 그리고 연수를 떠나온 지금도 기자들이 올리는 연수기를 많이 참조합니다. 지난 8월 20일 이곳 채플힐에 도착해 큰 어려움 없이 안착한 것도 우리 선후배 동료 언론인들이 쓴 연수기가 큰 도움이 됐습니다. 

 

특히 이곳 노스캐롤라아니주 채플힐 지역에 대한 연수 정보는 더욱 풍성합니다. 수많은 현직 언론인들이 연수를 다녀갔고, 지금도 20여명이 듀크대학이나 UNC 대학에 연수 중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그간 3개월 동안 경험한 얘기를 주절이 주절이 늘어놔도 기존 연수기와 전혀 다를 게 없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못하겠죠. 그래도 굳이 경험을 얘기해야 한다면 집과 관계된 얘기를 할까 합니다. 대개 연수 오신 분들이 아파트에서 사시는 데 저는 개인 주택을 구해서 살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한국인 연수생 거주지인 노팅힐 아파트에서 차로 5분거리에 있는 개인 주택입니다. 

 

며칠 전 한국인 비지팅 교수분과 잠시 얘기를 나눴는데 그분도 노팅힐에 사시더군요. 이 분 말씀이 “우리 아파트 단지(같은 동이라는 얘기 같습니다)에 12가구가 있는데 6가구가 한국인이다”이라고 합니다. 일전에 할로윈 저녁때 노팅힐에 가봤더니 미국이라기보다는 한국이라는 생각마저 들더군요. 아파트 환경이나 입지 조건이 좋다는 말이겠지만 쏠림 현상이 지나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서던 빌리지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그 곳도 가 보면 살기 좋은 곳이라는 생각은 들지만, 그래도 한국인들이 좀 지나치게 많더군요. 아파트 단지와 학교 이곳 저곳에서 한국말이 들리고 단지 내 Mary Scroggs라는 초등학교에는 보통 한반에 5명이 한국인이라고 합니다. 지난 베테랑 데이 공휴일에 단지내 극장을 갔더니 절반은 한국인들이더군요. 매주 수요일에는 한국인들의 소주 파티도 있다는데 한편 부럽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론 안 그렇기도 합니다. 

 

그럼 과연 채플힐에 그토록 많은 한국인들이 살고 있는 것일까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한 발자국만 나오면 한국인들이 매우 적은 곳이 채플힐입니다. 

 

제 아이들이 다니는 Ephesus elementary school에는 전교에 한국인이 딱 4명입니다. 우리집 애들 두명하고 나머지 두 명은 오래전에 미국에 이민 온 집안의 남매입니다. (사실상 미국인이라고 봐야겠지요) 바로 인근에 있는 라쉬키스(노팅힐에 사는 학생들이 배정되는 초등학교)는 한국인들이 너무 많아 국제반을 만들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인데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그렇다고 교육 내용이나 학교 수준차가 크게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여기 채플힐 교육청 산하 10여개 학교들은 같은 교육 프램과 예산으로 운영하는 공립 학교들입니다. 물론 라쉬키스에는 공부 잘하는 한국인들이 많으니 평균 점수가 높을 것 같기는 합니다, 하여튼 Ephesus elementary school에 한국인 학생들이 없는 가장 큰 이유는 한국인 연수생들이 집중 선호하는 대표적인 아파트 단지가 구역내에 없고 주로 개인 주택 거주자들이 온다는 것입니다. 애프터 스쿨까지 하고 오는 우리 아이들은 하루 종일 한국말을 한마디도 쓸 수 없는, 본인들은 괴롭지만 부모는 흐뭇한 영어 몰입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미국 개인 주택에 살아보니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습니다.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겠지만 저희 애들은 아침에 스쿨 버스를 타지 않습니다. 집에서 초등학교까지 걸어가는 거리이기 때문입니다. 아침 새벽 공기를 마시며 오솔길을 걸으면 3분후 학교에 도착합니다. 

사실 제가 개인 주택을 찾은 것은 서울의 아파트 생활이 지겹기도 했지만 15년전 시애틀에서 어학 연수할때 겪었던 지독한 층간 소음의 악몽이 컸습니다. 위층에서의 진동을 그대로 전달하는 미국 목조 주택의 문제점을 그때 생생하게 체득했기 때문입니다. 소음 스트레스를 안받고 독립된 생활을 누리는 점이 큰 장점입니다. 

 

많은 분들이 잔디 깍는 걸 걱정하시는 데 그럴 필요 없습니다. 대개 요즘 개인 주택단지들은 잔디 관리 업체와 계약을 해서 정기적으로 잔디를 깍아 줍니다. 물론 비용 부담은 임대인의 몫입니다. 잔디는 전혀 신경쓸 필요 없습니다. (집에 따라서는 잔디를 임차인이 직접 깍아야 하는 곳도 있다고는 합니다.) 집에 하자가 있으면 골치 아플 수도 있겠다 생각했는데 지끔까지는 전구 나가서 갈아 끼운 것 외에 아무 문제도 없습니다. 물론 제가 해결할 수 없는 하자일 경우 주인이 즉시 해결해준다고 계약서에 명시돼 있습니다. 물론 앞으로의 일은 장담 못하겠지요 ^^ 요 며칠 비가 많이 와서 혹시나 하고 이래저래 집 근처의 배수구도 둘러보고 했습니다. 만일 집에 문제라도 생겨서 고생하지 않을까, 집 주인과 갈등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은 여전히 있는 건 사실입니다. 

 

진짜 개인 주택이 맘에 드는 건 미국인 동네 커뮤니티와 자연스럽게 접촉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애들은 이곳 미국인 동네 친구들과 뛰어 노는 게 가장 큰 즐거움입니다. 위집 사는 말괄랑이 소녀 메기는 우리 애들의 베스트 프렌드입니다. TCBY라는 아이스크림 체인점 몇개를 운영하는 전형적인 미국 중산층 가정의 외동딸입니다. 

 

물론 가끔은 문화적 이질감 때문에 갈등을 겪기도 합니다. 바로 옆집에서 사는 윌이라는 초등학교 3학년 남자 얘의 경우입니다. 이곳에 온지 며칠 안돼 윌이 우리집 벨을 눌렀습니다. 윌과 우리집애들은 금방 친구가 돼 뛰어놀았습니다. 하지만 친한 정도가 지나쳤을까요. 우리 애들이 하루도 빠짐없이 그집 벨을 눌러대니 결국 그 엄마가 한마디 한 모양입니다. “저 코리안들 예의가 없다. 놀지 마라”..그 후로 윌과 우리집은 좀 소원해 졌습니다. 물론 우리 애들의 잘못도 있었지만 그 엄마의 반응은 좀 지나친 것 같다는 느낌도 있습니다. 그 집은 이혼한 가정인데 주중에는 엄마와 애들 2명이 지내고 주말이면 애들은 아빠집으로 가고 엄마는 어디론가 사라져 집이 비어있습니다. 

 

밑에 밑에 집에 사는 로빈이라는 중국인 소녀는 아주 똑똑하고 이쁩니다. 미국에서 태어난 사실상 미국인입니다. 하루는 우리집 둘째 애가 놀다가 소변이 마려워 노상 방뇨한 모양입니다. 로빈이 그 다음부터 우리 둘째 애만 보면 집으로 들어가 버리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더럽고 무례하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결국 어른이 나서 화해를 시키며 간신히 수습했습니다. 

 

또 한번은 메기와 또 다른 금발 소녀 클레어가 우리집으로 달려와 초인종을 눌렀습니다. 그들은 매우 흥분된 어조로 우리 부부에게 항의했습니다. 내용인 즉 우리 애들이 클레어의 이름을 듣고 배꼽을 잡고 웃었다는 것입니다. 아마 애들은 클레어라는 이름이 생소하고 재밌었던 모양인데 클레어는 매우 화가 났습니다. 미안하다고 하고 달래려고 하는데 제 영어가 짧아 애를 먹었습니다. 

 

이곳 개인 주택단지들은 Meadowment 단지라고 부르면서 정기적으로 모임도 합니다. 지난 가을 단지내 공터에 보여 음식을 나눠 먹으며 피크닉도 했습니다. 우리식으로 말하면 좀 거창하게 하는 반상회라고 볼 수 있죠. 반상회에서 모인 사람들을 보니 정확히 두 부류로 나눠더군요. 한 20가구가 나왔는데 15가구는 미국 백인인데 절반 이상이 은퇴해 부부 둘이 사는 집이었습니다. 채플힐이 은퇴자들의 도시라는 말이 실감 났습니다. 5집은 아시안 가정이었는데, 우리 한국 집을 빼고는 모두 중국인이었습니다. 대개 중국에서 의학이나 생물학 등을 전공하고 태평양을 건너와 듀크나 UNC의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이곳 Meadowment 단지에 저녁이 오면 산책하는 사람들이 개 한마리씩들 끌고 산책로에 와서 한담을 나눕니다. 물론 개를 좋아하지 않는 저 같은 사람은 그 앞으로 지나갈 때면 긴장하곤 합니다. ^^ 

 

저는 인터넷을 통해 집을 구했습니다. 조건은 월 1300달러이고 Depodit을 1500달러 냈습니다. 2층에 3 베드룸이 있고, 1층에 리빙 룸이 있습니다. Bathroom은 2층에 2개, 1층에 1개가 있습니다. 연말에 장인, 장모님이 이곳을 방문하는데 방이 여유가 있어 다행입니다. 인근 노팅힐의 3 베드름이 1300 달러이니 인기 있는 아파트와 가격차도 없습니다. 냉장고, 세탁기, 마이크로 오븐 등 대부분의 생활기기도 비치돼 있습니다. 

 

며칠전 저희 집에서 Cub Scuot 타이거 미팅(1학년)이 열렸습니다. 학기 시작과 함께 애들이 Cub Scuot(보이스카웃) 모임에 가입해서 활동하고 있는데 집 별로 돌아가면서 행사를 치르게 돼 있습니다. 처음으로 해 보는 행사인데다 외국 부모들과 학생들이 한꺼번에 몰려 긴장했지만 다행히 무사히 치렀습니다. 이런 것도 개인 주택에 살기 때문에 가능했겠죠. 

 

이 연수기를 읽으시는 연수 준비생분들. 개인 주택에 한번 살아 보시길 권합니다. 조금만 발품을 팔면 훨씬 더 미국적인 생활을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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