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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연수기

문화일보 박선호 기자의 중국연수기 (1)

작성자 : 222 / 작성일 : 2014-12-24


최근 중국에 큰 눈이 왔습니다. 50년만의 드문 눈이라고 합니다. 그리곤 갑자기 추워졌습니다. 원래 베이징의 날씨는 건조해서 기관지 관련 병이 나기 쉬운데 날씨까지 추워지니 감기가 극성입니다. 저희 가족들도 저를 필두로 17개월된 아들과 아내가 모두 한차례씩 차례로 감기를 앓았습니다. 

모두 건강에 주의하세요. 

 

중국 연수에 대한 간략한 소고를 남깁니다. 출국전부터 느꼈지만 중국 연수는 미국과 다른 점이 많습니다. 어드미션을 받는 과정도 완전히 다릅니다. 각 학교에 대한 정보가 적어서 어떤 과정이 있는지 어렵다는 것이 특히 난점입니다. 

아래 제 경험담이 이후 중국 연수를 하는 분들께 적지 않은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저는 현재 베이징대 광화관리학원(光華管理學院) 공상관리학(工商管理)과 보통진수(進修)과정으로 연수중입니다. 실은 한국에서 준비를 하면서 보통진수과정이 1년간 연수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인줄 알았습니다. 우리말 연수를 중국어로 번역하면 진수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와서 보니 일단 제가 생각한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습니다. 

와서 보니 진수과정이란 한자 그대로 진학을 준비하는, 아니 사실상 본과 편입을 한 것과 동등한 과정이었습니다. 

여기에 여러 의미가 있는데, 첫째는 본과 학생들과 경쟁하며 공부해야 한다는 것, 둘째 따라서 수업이 그만큼 하루 여유가 없을 정도로 타이트하다는 것입니다. 

사실 어린 학생들과 수업을 한다는 것은 어찌보면 젊음을 느껴 좋겠다 싶지만 현실은 많이 다르죠. 쑥쓰러운 점이 적지 않습니다. 제가 86학번인데 86년도에 태어난 학생들은 모두 졸업하고 없다고 하면 감잡으시겠습니까. 또 여기 중국 베이징대 학생들은 좋게 말하면 자신감이 넘치고, 나쁘게 말하면 남을 잘 배려하지 않죠. 나이든 외국 아저씨가 중국어를 자기들 보다 잘못하는 것에 대한 배려가 있을리 없죠. 

 

다시 학교 수업 이야기를 더 하겠습니다. 진수과정이 본과 과정과 다른 것도 있습니다. 본과 학생들과 달리 필수 학점이란 것이 없죠. 즉 자기가 듣고 싶은 강의를 선택하면 됩니다. 최대 6과목(18학점)을 신청해 들을 수 있으며 이수 학점은 후에 본과 진학을 하면 그대로 인정이 됩니다. 

광화관리학원의 공상관리과는 사실 베이징대에서 최고로 치는 곳입니다. 베이징대의 베이징대라고 불립니다. 실제 베이징대 내에서도 광화관리학원에 다닌다고 하면 다시 한번 쳐다볼 정도입니다. 이름 자체가 광화(光華;중국이 빛나도록; 복의적 의미이기는 하지만….), 관리(管理)하는 곳이란 뜻이니 오죽하겠습니까. 이 학원에서는 중국 경제 정책의 학문적 근거를 만드는 곳이라고 합니다. 베이징대 광화학원 학생들이 자부심을 느낄만도 하죠. 

 

이 곳의 수업은 3분의 1정도가 영어수업입니다. 나머지는 당연히 중국어로 하는 수업이죠. 그러나 중국어 수업일지라도 교재나 부교재 대부분이 영어로 된 것입니다. 중국어 수업을 들으면서 영어 사전도 찾아야 한다 이 말이죠. 수업 방식은, 제가 듣는 보험학을 예로 들면, 위험관리라는 미국의 MBA 교재를 중심으로 보험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쌓으면서 3∼5명을 한조로 조별 과제를 3개 정도 이행하는 식입니다. 

수업은 교재를 교수가 정리한 슬라이드로 보면서 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지만 조별 과제는 생각보다 난이도가 높습니다. 물론 생각하기 나름이지만요. 첫 조별 과제로 보험학에서는 중국 보험회사들의 당면한 문제가 무엇인지를 연구해오라는 것이었습니다. 교재는 위험에 대한 정의를 거쳐, 보험의 의미 정도를 배우고 있었는데 과제를 보고 입이 딱 벌어지더군요. 

저도 조에 속해 중국학생들과 토론을 했습니다. 과제를 수행하면서 사실 중국 학생들에 대해 좀 실망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토론 속에서 느낀 중국 학생들은 참 똑똑했습니다. 자기 논리에 충실하고, 논쟁에 강했죠. 하지만 그냥 잘 배웠다 싶었습니다. 교육과정에 충실히 길러졌다고 할까요. 아쉽게도 중국 보험산업의 현실에 대해 젊고 참신한 방법을 하려는 생각이 아예 없어보였습니다. 대부분이 잘 꾸며진 일반적인 경제 분석 리포트들이 흔히 하는 식의 접근을 했죠. 물론 학생들의 수준이라는 게 아무리 똑똑해도 전문가보다 못한 것 아니겠습니까. 

어쨌든 지금까지 벌써 두 차례의 그룹 연구 발표가 있었으니 제 마음 고생을 짐작하시겠죠? 

 

그 과정에서 저도 제 의견을 충분히 발표하고 학생들에게 보다 중국적인 문제를 찾아 내야한다고 이야기 하고 싶었지만…. 음. 앞에 짧게 언급했지만 중국 학생들의 특성 때문에 만족스러운 참여의 성과를 얻지는 못했습니다. 사실 이 점에서는 베이징 대 교수 지도방식에 대해서도 아쉬움이 있습니다. 이야기를 하면 너무 복잡하니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해두죠. 뭐 한국 이상의 뭔가 다를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던 제가 좀 지나쳤을수도 있죠. 

물론 아직 1학기도 마치지 않고 모두를 평가하기란 이른 감이 있습니다. 그러니 최종 결론의 마침표는 남겨두죠. 후속 연수기를 기대해보세요. 

 

사실 베이징대학을 선택한 것은 광화관리학원 공상관리학과가 우수해서만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중국에 올 때 베이징대와 칭화대 양쪽에서 모두 입학허가를 받았습니다. 칭화대는 경제학과였죠. 칭화대의 경제학과는 베이징대학의 광화관리에 버금가는 곳입니다. 2등이라면 기분 나빠할 정도죠. 

 

베이징대를 선택한 것은 칭화대보다 나아서라기 보다 단순히 커리큘럼이 좀 쉬워보였기 때문입니다. 중국에서 와서 두 대학을 직접 방문해 학생들을 탐문해보니 청화대는 학부 전공과목을 모두 들어야 했는데, 뭐 다른 과목도 어려웠지만 수학이 특히 문제였습니다. 중국어로 제목만 봐도 머리가 아픈 고등수학 전공과목을 들어야 한다니 더럭 겁이 났죠. 

또 베이징대학은 사실 본과 과목을 듣기 전에 어학시험을 치릅니다. 한어수평고사(HSK) 형식이면서 듣기평가에 사진이 나온다는 것, 또 A4지 한장 정도 분량의 작문 시험을 봐야 한다는 것이 좀 차이가 있습니다. 이 어학 시험에서 일정 점수가 나오지 않으면 본과 수업을 듣지 못하게합니다. 

반면 칭화대는 HSK가 7,8급 정도면 본과 신청을 받아주고, 입학허가가 나오면 바로 수업을 듣도록 합니다. 사실 한국에서 책으로만 공부했던 저로서는 어학평가를 한번 받아보는게 더 합리적이다 싶었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지금 어학수업은 못듣고, 본과 수업을 듣고 있지만요. 

 

음. 다시 읽어보니 베이징대 연수에 대해 좀 우울한 이야기만 했다 싶습니다. 

물론 좋은 점도 많습니다. 베이징대의 전자 논문자료는 제가 잘 모르고하는 말일수 있겠지만 정말 세계의 주요 논문은 다 모았다 싶을 정도로 잘 준비돼 있습니다. 또 학문적 교류에 정말 적극적입니다. 미국의 유명한 인물을 초청한 세미나가 거의 매일 저녁에 이뤄지고 있습니다. 유럽과 미국 등 세계 유명한 대학들과 공동 세미나도 자주 열립니다. 

사실 지금까지는 여러 이유로 참여를 못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좀더 적극적으로 참석해봐야겠다고 각오를 다지고 있습니다. 

 

또 좋은 점은 무엇보다 미래의 중국을 엿볼수 있다고 할까요. 당장 베이징대 캠퍼스 구도만 봐도 그렇습니다. 학교 캠퍼스가 동서로 길게 나뉘어져있고, 남북으로 나눌때 북쪽에 있는 큰 호수가 학교의 동과 서를 나눕니다. 베이징대의 서문은 과거 학교의 상징입니다. 오랜 전통적인 중국식 대문은 고풍스러운 베이징대의 얼굴이죠. 또 우연인지 서문쪽에는 오래된 건물들이 많고, 어문계열의 단과대들이 주로 있습니다. 

반면 동문쪽에는 의대와 경영대 등이 몰려있습니다. 특히 동문을 지나 조금 북쪽으로 호수 인근에는 새로운 광화관리학원 교사가 건립돼 주로 MBA 수업장소로 쓰이고 있습니다. 베이징대에는 정말 다양한 MBA과정이 있는데 주말에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MBA도 개설해 대 인기입니다. 주말마다 고급차들이 즐비해 적지 않은 돈을 벌고 있다는 게 학생들 설명입니다. 바로 베이징대 변화의 한 단면이라 할까요. 또 변화하는 중국의 한 단면이라 할까요. 

고풍스러운 서문을 통과해 작은 호수 위에 높은 아치형 다리를 건너면 '아 정말 북경대(저는 이 순간만큼은 베이징대보다 북경대라 부릅니다.) 답구나.' 싶습니다. 호수까지 들어선 옛 건물들을 지나 공사가 한창인 북경대 의대와 광화학원의 신건물이 나오면 마치 과거에서 현재까지 타임머신을 타고 걷는듯하는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참 묘한 분위기를 가진 교정이죠.

이 길을 수십번, 수백번 걷다보면 미래의 중국이 어떤 것인지 좀더 다른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연수가 끝나면 가장 그리워질 것 같습니다. 

 

끝으로 한마디를 남기면, 중국 연수를 시작해보고 나니 참 준비가 부족했다 싶습니다. 학교도 베이징대와 칭화대만 생각했는데, 사회과학원 등 북경시내 수많은 대학과 연구기관에서는 좀더 덜(?) 학문적이면서 다양한 사회 참여 프로그램을 갖춘 1년 연수 과정과정이 있다는 것도 알게됐습니다. 

후에 중국 연수를 생각하시는 분이 있다면 좀더 다양한 과정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한국에서 연수 신청을 대행해 주는 곳이 있는데, 실제 그 곳을 이용하면 편하긴 비쌉니다. 짧은 중국어라도 현지에 연락해 서로 의사를 전할 수 있다면 직접하는 게 좋습니다. 일단 현지 담당자가 제 사정을 알고 있어 여러가지로 편리한 점들이 많습니다. 

물론 아직 연수의 마침표를 찍으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남아있습니다. 부족한 준비로 시작했지만 모자란 것은 노상에서 보충하며 정말 보람있는 연수 시간을 만들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인사드립니다,. 모두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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