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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연수기

머니투데이 최명용 기자 연수기(4)

작성자 : 222 / 작성일 : 2014-12-24


자동차 이야기 

 

십보 이상이면 탑승. 미국의 자동차 문화를 보여주는 적합한 표현인 듯 싶습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미국은 자동차 없인 살수 없습니다. 심지어 스모키마운틴이나 요세미티 등 유명한 국립 공원 홈페이지엔 자동차로 등산(?)을 하며 자연을 즐기는 게 좋다고 안내가 돼 있을 정도입니다. 

대부분 한국과 상황이 비슷하지만 조금은 다른 미국만의 자동차 문화를 몇글자 적어볼까 합니다. 

 

1.숨은 1달러 

 

미국 주유소는 갤론 단위로 가솔린를 팔고 거의 대부분 셀프서비스입니다. 직원이 직접 넣어주는 경우도 간혹 있는데 이 경우엔 갤런당 10~20센트 정도를 더 받습니다. 1갤론은 3.78리터이고 요즘 채플힐 요금은 2.7~2.8달러정도 합니다. 디젤은 2.9달러로 좀더 비쌉니다. 한국과 비교하면 1/3 정도입니다. 

 

웬만한 차량에 가득 주유하면 42~43달러 어치가 들어갑니다. 약 15~16갤런정도 됩니다. 주유소마다 요금은 하루하루가 다르고 주유소마다 천차만별입니다. 오늘 비쌌던 집이 다음날 쌀 경우도 있습니다. 길을 사이로 마주보고 있는 주유소 두곳의 요금이 갤런당 10센트 이상이 차이나는 경우도 눈에 띕니다. 고속도로 인근에는 시내보다 10~20센트 더 싼 주유소가 있는데 대부분 에탄올이 10%미만 섞인 휘발유입니다. 성능엔 큰 차이가 없다고 합니다. 인근 주유소의 가솔린 값을 비교해 보려면 gasbuddy.com 이나 gasprices.mapquest.com 등을 참조하면 됩니다. 

 

주유 요금은 직접 주유기에서 신용카드나 데빗카드로 계산하는 방법이 있고 카운터에 가서 현금이나 카드로 결제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주유기에서 신용카드로 계산하면 카드 정보를 입력한 뒤 주유기를 꽂고 탱크에 가득 찰때까지 기다리면 됩니다. 자동으로 멈춥니다. 

 

그런데 여기에 숨은 1달러가 있습니다. 한국 같으면 주유기에서 결제하는 게 더 쌀 것 같은데 미국에선 편리하게 이용한 만큼 값을 더 내라며 1달러의 컨비니언스 피를 떼어갑니다. 주유기에서 결제를 하는 순간 먼저 1달러가 결제됩니다. 결제를 했다가 취소를 해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이 값은 영수증에 나올때가 있고 아닐 때가 있습니다. 이 1달러를 없애자는 운동을 벌이는 시민단체가 있긴 합니다만 쉽게 없어지진 않을 것 같습니다. 어찌보면 얼마 안되는 돈이지만 몇걸음만 수고하면 아낄 수 있는 돈인데 괜히 아깝습니다. 

 

카운터에서 결제할 때는 ‘펌프 원(주유기마다 붙어 있는 번호) 포티달러 플리즈’라는 식으로 얘기하고 계산하면 됩니다. 현찰로 내도 되고 카드로 내도 됩니다. 만약 40달러를 프리페이드했는데 다 안들어가고 잔돈이 남게 되면 카운터로 돌아가 잔돈을 받으면 됩니다. 운전을 자주하면 1주일에 한차례씩은 주유를 하게 되는데 한달이면 4달러, 1년이면 50달러를 아낍니다. 

 

2.쌍라이트는 양보신호 

 

한국과 크게 상황이 다른 것 하나는 쌍라이트(상향 전조등)의 의미인 것 같습니다. 한국에선 쌍라이트가 일종의 ‘욕’이지요. 앞차나 상대 라인의 차를 향해 욕을 해주는 의미로 많이 썼던 것 같습니다. 

 

미국에선 쌍라이트로 양보 신호를 하더군요. 미국 체류 초기에 차선을 잘 못 들어갔다가 차선을 바꿀 일이 있었는데 바로 옆 뒤 쪽에 큰 트럭이 있었습니다. 깜빡이를 켜자 쌍라이트를 몇차례 날리길래 들어가면 안되겠다 생각했는데 속도를 줄이고 끼어들기를 유도해주더군요. 

 

쌍라이트 날아온다고 겁먹지 말고 가볍게 손인사를 해주는게 좋겠지요. 

 

3.노란신호는 과속 신호 

 

또 한국과 크게 다른 것은 노란색 신호를 대하는 운전자들의 태도입니다. 

 

교차로 신호등에서 초록색에서 빨간색으로 바뀌기 전에 노란신호가 잠깐 뜹니다. 한국에선 노란불에 교차로를 건너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이라고 금기시 합니다. 노란불에 교차로를 진입했다가 빨간불로 신호가 바뀌면서 반대쪽에서 초록등이 켜지고 이 때 출발한 차량과 교통사고가 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미국운전자들은 노란색 신호에서 어김없이 밟고 나갑니다. 오히려 규정속도보다 과속을 하는 듯 합니다. 한참 뒤에서부터 과속을 해서 노란신호를 지나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은 일방의 신호등이 빨간색으로 바뀌면 바로 반대쪽 신호등이 초록으로 바뀝니다만 미국에선 약 1~2초간 여유시간을 줍니다. 신호가 바뀔때마다 전체 신호등이 모두 빨간 정지신호인 순간이 1~2초정도 있습니다. 노란신호에서 주행을 하다 빨간신호로 바뀌어도 반대편 차선의 신호는 여전히 빨간색으로 떠 있습니다. 노란신호에서 급브레이크를 밟는 것보다 지나가는게 더 안전하다는 생각에서 만들어진 시스템입니다. 더욱이 한국처럼 신호를 예측해 출발하는 성격 급한 운전자도 없고요. 

 

안전하게 서는게 제일 좋겠지만 운전하다보면 이러기 쉽지 않지요. 미국은 이 문제를 신호등 체계로 해결한 듯 싶습니다. 

 

4.과속을 즐기는 미국인 

 

미국운전자들은 교통 법규를 잘 지키고 양보를 잘 한다고 알려져 있지요? 그런데 살다보니 꼭 그렇지는 않더군요. 대표적인 것이 과속입니다. 

 

미국 고속도로는 제한속도가 시속 65마일에서 70마일 정도입니다. 간혹 75마일도 보입니다. 

 

킬로미터로 환산하면 104~112킬로미터입니다. 그런데 이 속도로 달리다간 낭패보기 십상입니다. 바로 뒤에 쫓아오는 차가 들이받을 기세로 쫓아오기 때문입니다. 시속 90마일에서 100마일(시속 160킬로미터)까지 달려와서 차 꽁무니에 붙는 경우가 수두룩 합니다. 

 

미국인들은 차간거리란 개념이 없습니다. 한국은 시속 100킬로미터의 경우 100미터의 차간 거리를 유지하라고 캠페인 비슷하게 하지요. 미국 교통국에선 차간 거리를 2초의 간격을 주라고 안내하지만 실제론 아주 바짝 붙입니다. 

 

이 때문인지 고속도로 추돌사고가 상당히 빈번합니다. 3~4중 추돌 사고를 왕왕 목격하게 됩니다. 

 

워낙 주행할 거리가 길어서 조금이라도 빨리 가기 위해 붙은 습관 같습니다. 과속 단속을 피하기 위한 방편이란 설명을 하기도 합니다. 

 

미국에선 경찰차가 반드시 스피드건으로 속도를 확인하고 추격해서 차를 세운 뒤에 과속 티켓을 발부합니다. 차가 바로 붙어 있으면 앞 차만 과속 티켓을 받고 뒤 차는 티켓을 안받게 된다고 하더군요. 

 

참고로 교통 경찰들은 고속도로상에서 10~15마일 정도의 과속은 봐준다고 합니다. 몇차례 경찰차 앞을 과속하며 지나갔는데 15마일 미만의 과속이어서인지 모두 무사 통과했습니다. 

 

경찰들의 과속 단속 시간은 거의 일정합니다. 과속 단속은 주로 해질녁에 합니다. 장거리 여행을 하다 보면 하루종일 운전을 할 때가 있는데 꼭 오후 5시부터 7시 사이에 단속을 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환한 대낮이나 깜깜한 밤에는 단속이 거의 없어 마음 놓고 과속을 하는 미국인들을 자주 봅니다. 

 

단 고속도로를 벗어나면 과속 규정이 좀 엄격해집니다. 지인 한 분은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주유소를 찾는 몇 마일 거리를 시속50마일로 달리다가 과속 티켓을 끊은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규정 속도가 40마일 정도였는데 어김없이 걸렸습니다. 

 

과속 티켓은 주로 타주에서 온 차량을 주로 잡는다고 합니다. 과속 티켓을 발부받으면 법원으로 출두하거나 진술서를 우편으로 송부해야 하는데, 법원으로 출두하면 티켓을 발급한 해당 경찰이 법원에 출석해야 한다고 합니다. 타주에서 온 차량은 우편으로 진술서를 보내고 말기 때문에 번거로운 게 싫은 경찰들이 중점 단속 대상으로 삼는가 봅니다. 

 

5.스톱 사인은 신호등 

 

시내주행을 해보면 미국운전자들이 양보를 참 잘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곰곰 따져보니 그게 아닌 것 같습니다. 시스템이 양보를 하도록 만드는 것 같습니다. 

 

한국과 다른 미국의 교통 신호 중 대표적인 것이 STOP 사인입니다. 빨간 팔각형에 하얀 글씨로 스톱이라고 쓰여 있는 신호에 대해 내내 듣게 될겁니다. 

 

한국에서 일단 정지 사인은 그냥 폼으로 달려있는 것이지만 미국에선 신호등 이상의 역할을 합니다. 반드시 지켜야 하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어디선가 경찰이 나타나 티켓을 끊습니다. 티켓 문제뿐 아니라 스톱 사인을 지키지 않으면 사고가 빈번히 발생할 것입니다. 

 

스톱사인은 신호등이 있을 법한 교차로에 세워놓습니다. 신호등을 관리하는 게 비용도 많이 들고 불편하니 스톱사인으로 이를 대체한 것 입니다. 골프장의 카트길이나 스쿨버스에도 달려있습니다. 

 

스톱 사인은 우선 진입한 차량에 우선권이 있고 동시에 진입한 경우 우측차량에 우선권을 줍니다. 이도저도 아니면 손가락으로 먼저 가라고 까닥거리면 됩니다. 

 

미국에선 좌회전신호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에서 노란색 두줄이 그어져 있는 중앙선은 절대 침범할 수 없는 벽과 같은 것인데 반해 미국에선 언제든지 넘어갈 수 있는 금일 뿐입니다. 

 

미국 시내 도로엔 가운데에 구부러진 화살표 그림이 있는 중간길이 상당히 많습니다. 양방향에서 모두 좌회전이 가능하다는 표시입니다. 좌회전을 하고 싶은 차량은 이 길에 들어와서 깜빡이를 켜 놓고 기다렸다가 좌회전을 하면 됩니다. 도로 한 가운데에서 자동차 두대가 마주보고 정면충돌을 할 것처럼 서 있는 모습은 우스꽝스럽기도 합니다. 거꾸로 생각해보면 대 놓고 정면 충돌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놓으니 양보를 안 할래야 안할수 없는 시스템입니다. 

 

신호등이 있는 사거리에서도 좌회전은 자유롭습니다. 좌회전 신호가 있으면 이를 지키면 되고 신호가 없으면 직진 신호에서 눈치껏 비보호 좌회전을 시도하면 됩니다. 

 

자가 사는 채플힐이 워낙 조용한 동네이고 점잖은 곳이긴 합니다. 거주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교육계통에 근무하는 만큼 운전도 험하지 않습니다. 주차장에서 서로 양보하고 후진하는 차량이 있으면 배려해주고 보행자가 있으면 한참을 기다렸다가 운전하는게 대부분입니다. 

 

심성도 한 몫하겠지만 곰곰히 보면 시스템의 문제가 더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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