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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연수기

미국 대학 캠퍼스 풍경과 노 교수의 충언

작성자 : 222 / 작성일 : 2014-12-24


9월에 들어서도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하늘은 많이 높아지고 푸르러졌다. 시나브로 가을이다. 

미국 최초의 주립대학인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의 채플힐 교정을 거닐며 어린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듣고 있노라니 늦깎이 대학생이 된 느낌이다. 내가 대학에 입학했을 때와 비교하면 20년의 세월이 흘렀고, 더욱이 이 곳은 한국보다 더 자유분방한 미국이 아닌가. 

강의실마다 컴퓨터와 대형 TV 스크린이 설치돼 있고, 교수는 대학 포털사이트에 개설된 Blackboard에 강의 계획표와 과제물을 올린다. 분필과 마커는 사라진 지 오래다.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남을 의식하지 않고 천연덕스럽게 스낵을 먹는가하면 쉬는 시간에는 교수가 보는 앞에서 버젓이 책상에 발을 올리고 휴식을 취한다. 도서관으로 향하는 계단과 잔디 이곳 저곳에는 학생들이 저마다 노트북을 켜놓은 채 널부러져 있다. 21세기 미국 대학 캠퍼스의 생경한 풍경들이다. 

하지만 일단 수업이 시작되면 학생들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교수는 학생들의 의견을 존중한다. 수업은 교수의 일방적인 스피치에서 벗어나 토론 위주로 진행된다. 미국 대학 강의의 또다른 특징은 ‘Guest Speaker(초청 연사)’가 많다는 점이다. 저널리즘 스쿨인 만큼 현직 언론인이 주로 초대된다. 학문이 이론 위주로 흐르지 않도록 실사구시의 관점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장치인 셈이다. 

‘Feature Writing'시간에는 지역 신문 ’The Herald Sun'의 편집국장이 Feature story 취재에 대해 소개하고, ‘Economics Reporting' 시간에는 블룸버그 기자가 시시각각 변하는 각종 경제지표와 기사 활용법에 대해 설명했다. 

 

9월 3일 오전 9시에 저널리즘 스쿨 visiting international scholars의 어드바이저인 Cole Richard 교수가 마련한 Colloquia(세미나)에 참석했다. 강사는 언론의 주요 기능 중 하나로 ‘의제설정(Agenda Setting)’ 이론을 처음으로 주창한 이 대학의 Donald L. Shaw 교수였다. 노스캐롤라이나가 고향인 Shaw 교수는 ‘Agenda setting and Social Change’이라는 주제로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언론의 의제설정 기능에 대해 소개했다. 

Shaw 교수는 사회변화를 견인하는 주체가 정부(government)일 수도 있고, 비정부기구 및 시민단체일 수도 있지만 언론(media)이 소통할 수 있는 수단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위치에 있다고 강조했다. 

언론은 사회 구성원들에게 여러 가지 이슈를 던지고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물어봄으로써 정책의 우선 순위를 결정하도록 유도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요리에 비유하자면 언론은 요리에 필요한 여러 가지 재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어떠한 방법으로 어떤 요리를 만들어낼 지는 요리사(사회구성원)가 결정하는 것이다. 

특히 그는 언론을 일간지, 지역방송, 네트워크방송 등 ‘Vertical(수직적인) media'와 블로그, 웹, 유투브 등 ’Horizontal(수평적인) media’로 구분하고 열린 사회로 갈수록 Vertical media의 영향력이 줄어들게 된다고 진단했다. 2차대전 후 여러 민족들로 구성된 유고슬라비아가 단일국가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티토’ 대통령이 Vertical media를 적절히 활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중국 당국이 간헐적으로 불거져 나오는 소수 민족의 독립 움직임을 차단하고 있지만 Horizontal Media가 확산되면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Shaw 교수는 전망했다. 

과연 나는 한국 언론인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 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의제설정 기능에 충실했는지 돌아봤다. 우리 사회도 최근 여러 가지 가치관이 충돌하면서 사회구성원간에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성숙한 사회로 가는 진통이라고 볼 수도 있겠으나 더 이상 소모적인 논쟁으로 인해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늘어나지 않도록 국민들의 컨센서스(consensus)를 모아낼 수 있는 균형잡힌 언론의 의제설정 기능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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