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222 / 작성일 : 2014-12-24
정혜전 조선일보 기자
MC-MPA(Mid-Career Master’s In Public Administration) Candidate 2011, Harvard Kennedy School
하버드 케네디스쿨 Master degree는 크게 4가지(MPP, MPA, MC-MPA, MPA-ID)로 나뉜다. 공공정책 및 행정, 국제정책분야의 리더를 길러내는 프로그램들이다.
내가 다니는 코스는 MC-MPA(Mid-Career Master’s In Public Administration)으로 7년 이상 professional experiences가 있는 지원자들이 지원하는 코스로, 여름부터 학기가 시작해 1년만에 석사 학위를 따는 코스다. MC-MPA과정에서도 Developing Country 분류된 국가의 학생들은 ‘Mason Program’이라고 별도로 이름을 붙여 Developed countries에서 온 학생들보다 3주 빠른 7월 초부터 수업을 갖는다.
우리나라 경제규모는 세계 11~12위권으로 선두그룹에 속하지만, 정치사회적 문제때문인지developing country로 분류돼 Mason program과정을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때문에, ‘왜 한국이 developing country에 속하냐’고 의아해하는 반 친구들이 많다.
하지만, 덕분(?)에 중국, 인도, 브라질,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우간다, 세르비아 등 44개국에서 온 68명의 뛰어난 인재들과 7월 3주간 교실 한 곳에서 아침 9시부터 5시까지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마치 고등학생이 된 기분이었다. 하지만 어떤 프로램에서도 얻을 수 없는 Global Network를 넓힐 수 있는 최상의 기회였다.
1)Kennedy school의 꽃 ‘Mason Seminar’
7월 1일부터 20일까지 3주동안에 developing countries에서 온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program을‘Mason Fellows Summer Seminar’라고 이름을 붙인다.
첫날 등교하니, 목에 거는 이름표와 지정좌석에 꽂는 flatcard를 나눠줬다. 수업을 듣는 동안 반 학생들의 이름을 기억하라고 나눠준 것이다. 물론 교수의 ‘cold call(예고없이 학생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과 ‘hot call(직전 수업시간에 교수가 질문할 학생을 지정하는 것)’의 편의를 위해서이기도 하다.
수업은 거의 토론식으로 진행됐다. 특히 특정 나라의 특정 케이스를 가지고 공부하는 ‘케이스스터디(case study) 수업’은 100% 토론식으로 진행됐다. 예컨대, 1997~1998년 인도의 교육개혁 당시 당시 교육부 장관의 개혁 과정, 장애물, 딜레마 등을 담은 30~40여페이지짜리 케이스를 미리 읽고 와서 토론하는 식이다. 교수가 질문을 던지면, 십여명이 일시에 손을 들을 정도로 참여가 활발하다. 토론식 수업에 익숙하지 않은 나로서는 마치 어깨에 무거운 돌덩이가 있는 것처럼 손을 드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그룹워킹, 프리젠테이션은 기본이다.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방글라데시가 내부에 기후변화기구를 설립해야하는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해, 방글라데시 정부, 세계은행, 농림부, 재앙본부, 원주민, 인도정부 등 15개 그룹이 프리젠테이션을 하며 롤 플레이를 하는 식이다. 정책의 ‘Context’를 파악하고, 원인을 분석, 솔루션을 찾아가는 ‘Framework’을 심어주는 훈련의 과정인 것이다.
첫 수업시간이 끝나면 오전 10시30분부터 30분 가량 케네시스쿨 court yard에서 Coffee Break를 갖는다. 학교에서 제공된 과일과 음료수를 마시며 30분동안 학생들끼리 사교를 하도록 짜여진 시간이다. Mid-Career코스에서만 제공하는 최상의 사교 시간이다. 교실 밖에서 듣는 각 나라의 스토리는 수업시간에 배운 케이스보다 훨씬 값졌다.
오후에는 고등학교때 배운 확률, 시그마 등 수학 용어를 다시 배워야하는 통계 수업이 뒤따랐다. 리더로서 정책결정을 내릴 때 통계를 제대로 해석할 수 있도록 기본기를 다져주는 코스였다. 수업을 들을 당시, “경력 10여년이 넘는 우리들이 이제와서 왜 이런 수학 수업이 필요한가. 밑에 비서나 부하직원들에게 시키면 되지?”하고 물음을 던지는 친구들이 많았다. 하지만, 잘못된 통계 해석으로 잘못된 정책 결정을 내리지 않도록 리더로서의 통계분석 능력을 길러주기 위한 코스였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매주 금요일에는 조지아의 외교정책, 짐바브웨의 언론,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칸 NGO 등을 반 학생들이 1시간씩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mason seminar’가 열렸다. 하나하나의 프로그램들이 모두 ‘리더의 산실’답게 리더를 길러내기 위해 정교하게 짜놓은 코스들이었다.
7월 3주간 매일 2시간가량씩 케이스 스터디 수업을 맡았던 John Thomas가 마지막으로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Remember, you are the leaders who change the world”
이 말이 끝나자마자 모두 자리에 일어나서 10여분간 박수를 쳤다.
2)각 나라 리더들이 모인 Mason Seminar
68명의 반 친구들의 평균 연령은 39세, 평균 경력 13년. 모두 각 나라에서 이름난 인물들이다. 각 나라 NGO의 CEO들, 파키스탄 국회의원, IMF 및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 UN과 UNDP 고위 관료, 말레이시아 prince, 콜롬비아 peace 담당 장관, 주미 인도네시아 영사, 소말리아 출신의 미국 변호사, 조지아 외교분야 대통령 자문관, 우간다 증권거래소 CEO 등 쟁쟁한 인물들이 같은 반 친구들이다.
모두들 포부가 대단하다. 자기 나라에 대한 애국심도 대단하다. 이 중 대통령이나 총리가 되겠다는 친구가 적어도 10~15명은 되는 듯 싶다. 한명 한명 대단한 스토리들을 지니고 있어, 그들과 대화하다보면 한없이 작아지는 기분이었다. 짐바브웨에서 온 언론인 Violet이라는 친구는 짐바부웨의 언론 탄압때문에 영국에서 해적 라디오 방송을 하다온 친구다. 칠레에서 온 Alejandra라는 친구는 칠레의 법률시스템을 고발하는 책을 썼다가 2년간 미국 망명생활을 하다 2002년 귀국한 후 현재 프리랜서로 기자생활을 하고 있다. 콜롬비아 전직 총리는 주말이면 콜롬비아로 비행기를 타고 날라가 무장혁명반란군과 인질 협상을 하고 돌아오곤 했다.
이들과 한달간 아침부터 오후 늦게까지 수업을 듣다보니, 처음의 긴장감은 사라지고 마치 가족처럼 매우 편해졌다. 서로를 ‘Mason Family’라고 이름을 붙였다. 이 것이 바로 다른 어떤 program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Mason Seminar의 진면목이다. 세계의 리더들이 마치 가족처럼 친해진다는 것.
3)Party를 통한 네트워킹
여름학기 2개월간 매주 한 두번꼴로 파티가 열렸다. 매주 금요일 오후 3시 30분~5시30분에는 학교 뜰에서 제공하는 ‘BBQ Party’가 열린다. 하지만 진짜 BBQ가 나온적은 한번도 없었다. 멕시코음식인 타코나 음료수 등이 제공돼 ‘언제 BBQ가 나오는 거냐’가 농담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이 시간에는 가족들을 모두 학교로 데리고 와서 다같이 야외뜰에 앉아 사교를 하는 시간이다. 파티에서 자신의 경험 등을 소탈하게 나누다보면, 그동안 외신에서만 접하던 그 나라의 경제, 정치, 사회 등이 자연스롭게 들을 수 있었다.
교수나 친구 집, 기숙사 common room에서 열리는 ‘potluck(음식을 각자 가져오는 것) 파티도 수시로 열린다.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중간고사가 끝난 것을 자축하기 위해 등등 각종 ‘건수’를 만들어 파티를 하면서 반 친구들과 더욱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다. 보스톤에서 가장 큰 한국 마트인 ‘H마트’에서 산 불고기, 김치, 김, 밥이 나의 주된 potluck 메뉴였다. 의외로 한국 음식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아 불고기는 금새 동이 나곤 했다.
7월 20일 첫 관문이었던 Mason Seminar가 끝나던 날, 학교측에서 보스톤 해변의 보트를 빌려 저녁에 선상 파티를 열어줬다. 마지막 2시간동안에는 늦깍이 학생들이 다같이 신나는 음악에 맞춰 맘껏 흔들었다.
사회생활을 10여년씩 해왔던 친구들로서는 네크워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모두 잘 알고 있어서 그런지 각종 모임도 끊임없이 만들어진다. 요가클럽, 축구클럽, 등 하루에 수십여개의 메일이 날라든다. 이렇게 3주가 지나자, 44개국에서 온 68명 친구들의 이름을 거의 다 외울 수 있었다.
4)선진국 Mid-Career 학생들과의 혼합
개발도상국 학생 68명을 대상으로 한 Mason Seminar가 끝나자 7월 21일 120여명의 선진국 학생들이 합류했다. 200명의 학생들이 12~13명의 학생으로 쪼개져 5주간 ‘economics’와 ‘Quant Method’ 수업을 들었다. 또 ‘macro economics’ 와 ‘political institutions’ ‘Performance Management and Government’ 코스를 선택 과목으로 들었다.
“하버드 케네디스쿨의 이름치고 수업이 단편적이다” “토론수업이 많지 않아 기대 이하다”라는 반응도 있었다. 하지만, 10여년간의 직장생활로 공부와 담을 쌓아왔던 늦깍이 학생들이 본격적인 가을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학업 모드로 두뇌를 전환할 수 있는 워밍업기간으로서는 상당히 만족할 만한 코스였다.
수업 이외의 각종 세미나도 수시로 열린다. 케네디스쿨 건물 2층에는 ‘forum’이라고 불리는 곳이 있다. 점심시간에는 밥먹는 카페테리아로 쓰이지만, 유명 인사의 스피치가 있을때에는 ‘forum’으로 대변신을 한다. 이 곳에서 가을학기부터 학교측에서 각국 대통령이나 장관, 국제기구 수장 등 모셔와 매달 한번 꼴로 갖는 세미나를 갖는다. 이와 별도로 developing countries 학생들만 참여하는 ‘mason Seminar’도 매달 한번꼴로 열리게 된다. 일주일에 한두번꼴로 일반 교실에서 중국의 이코노미스트 등 각국의 전문가들이 와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분야에서 1시간가량 세미나를 갖는 모임도 학생들에게 오픈돼 있다.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조직한 ‘Kennedy Conversation’ 모임도 있다. 저명한 교수들을 초청해 캐주얼하게 토론을 하자는 목적에서 조직됐는데, negotiation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전문가로 알려진 Brian Mandell 교수가 8월 첫 인사였다.
학교생활을 하면서 몸이 두 세개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했다. 오후 수업이 끝나면, 각종 저녁모임과 세미나, 파티에 ?아다녔다가 저녁 10~11시에 들어와 새벽 2~3시까지 숙제를 하느라 8월 초까지 감기를 계속 달고 살았다. 욕심은 잔뜩인데, 하루 수 십~100페이지씩 되는 읽기 숙제와 수학 숙제, 경제학 숙제도 해야 하고, 파티, 각종 세미나도 참여해야하고… 이 또한 자신의 시간을 철저하게 관리하게끔 하는 케네디스쿨의 리더십 훈련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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