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222 / 작성일 : 2014-12-24
미국 중간선거(11월 2일)가 19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민주당과 공화당간에 의회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사활을 건 한판 승부가 펼쳐지고 있다.
패색이 짙어진 민주당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물론 영부인 미셀 오바마까지 지원사격에 나섰고, 공화당은 보수대반격의 기치 아래 Tea Party Movement 등을 통한 바람몰이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번 선거는 오바마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라는 의미 외에도 여러 가지 이슈를 둘러싼 이해 당사자들의 보이지 않는 헤게모니 다툼이 치열하다. 이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의 야심작인 ‘Health care reform(건강보험 개혁)’ 존폐 논란을 빼놓을 수 없다.
1. Health Care Reform
Health care reform은 ‘Patient Protection and Affordable Care Act’(상원)와 ‘Health Care and Education Reconciliation Act of 2010’(하원) 등 두개 법안을 통해 시행된다.
해리 투르만, 빌 클린턴 등 민주당 대통령들이 수십년에 걸쳐 시도했으나 결국 실패했던 건강보험 개혁을 오바마 대통령은 집권하자마자 최우선 정책과제로 설정, 공화당의 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양 의회에서 법안을 통과시킨 뒤 올해 3월 23일 공식 서명함으로써 현실화했다.
이 법안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미국의 의료 시스템을 대수술하고, 사각지대에 있던 수천만명의 미국인들이 의료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건강보험에 가입하게 된다는 점이다. 2007년 기준으로 미국 인구의 15.3%인 4570만명이 어떤 건강보험에도 가입돼 있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1600만명이 Medicaid(저소득층 의료지원 프로그램) 명단에 추가되고, 중산층 이하 가구는 사적 보험에 대한 정부 보조금이 지원돼 2019년까지 3200만명이 보험에 새로 가입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또한 민간 보험회사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기왕증으로 인한 보험가입 거부와 같은 관행이 금지된다. 이를 위해 정부는 향후 10년 간 9380억 달러의 예산을 투입하게 된다.
2. 공화당의 반격과 오바마의 거부권
공화당은 이번 중간선거에서 승리해 다수당이 되면 건강보험 개혁법안을 무효화시키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공화당은 선거공약인 ‘A Pledge to America’를 통해 건강보험은 정부가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강제해서는 안되며 시민들이 스스로 판단해 결정할 문제라고 주장한다. 적잖은 미국인들이 이번 건강보험 개혁법안 시행으로 보험혜택은 별로 늘어나지 않으면서 보험료는 계속 오를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무보험자에게 보험혜택을 주기 위해서는 기존 보험가입자들이 가구당 연간 평균 1000달러의 보험료를 추가로 지불해야 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정부는 건강보험 개혁을 위한 예산 확보를 위해 세금을 더 걷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압승을 거둬 건강보험 개혁법안을 무력화시키더라도 오바마 대통령이 임기 내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공화당도 실제로 약속을 지키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서 공화당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법안 철폐보다는 정부 예산을 대폭 삭감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또한 이번 선거에서 새로 선출될 공화당 출신 주지사(governor)들이 연방정부와 갈등을 일으킬 수도 있어 건강보험 개혁법안은 이래저래 ‘절름발이’ 법안이 될 가능성이 높다. 공적 보험의 양대산맥인 Medicaid는 주 정부에서 운영하고, Medicare는 연방정부에서 관리하고 있어 성공적인 건강보험 개혁을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에 긴밀한 협력관계가 절실하다. 하지만 이 마저도 정치적인 공방으로 얼룩지면서 벌써부터 불협화음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3. 적과의 동침
건강보험 개혁법안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가장 대립이 심했던 것은 민주당과 공화당만이 아니다. 바로 규제기관과 민간 보험회사간에도 치열한 수 싸움이 펼쳐졌다. 이번 법안 시행으로 보험회사는 그동안 자율적으로 판단해온 보험가입 승인 문제, 보험료 인상 등을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맞춰서 해야 한다. 보험회사의 경영진 고액 연봉이나 과도한 사업비 지출도 엄격히 제한된다. 보험회사들이 건강보험 개혁법안을 반길 이유가 없다. 건강보험 개혁법안 통과 저지를 위해 국회의원들에게 엄청난 로비를 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법안 서명으로 건강보험 개혁은 거부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또한 정부 예산 지원을 받는 저소득층 가입자 등이 보험 회사의 주수입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아 마냥 반대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아울러 민간 보험회사들에 대한 정부의 간섭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보험 회사들은 정부의 눈치를 살펴야 한다.
정부도 국영 보험회사를 만들지 않는 이상 건강보험 개혁의 성공을 위해서는 민간 보험회사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다. 그래서 양측이 현재 적정한 선에서 타협을 시도하고 있다. 바야흐로 적과의 동침이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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