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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연수기

국민일보 김재중 기자의 '2010 미국 중간선거' 참관기

작성자 : 222 / 작성일 : 2014-12-24


11월 2일 미국 전역에서는 상,하원, 주지사를 뽑는 중간선거가 치러졌다. 하원 전체 435석, 상원 37석, 주지사 37명을 뽑는 총선인데 보통 미국 대통령의 임기 중반에 치러지기 때문에 ‘중간선거’라고 부른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의 의미가 있는 셈이다. 평소 이번 중간선거에 관심이 있던 차에 기자가 연수중인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UNC-Chapel Hill) Journalism School을 방문한 유럽지역 기자들과 함께 투표 현장을 돌아볼 기회가 주어졌다. 

 

1) 민주주의 파수꾼 미국의 투표 현장을 가다 

 

처음으로 찾은 투표소는 노스캐롤라이나주 더럼(Durham)시에 있는 George Watts Montessori Magnet 초등학교. 오전 이른 시간이어서인지 유권자들의 발길은 아직 뜸한 편이었다. 체육관(Gym)에 설치된 투표소에 들어갔을때 ‘Kid Voting'이라고 쓰여진 팻말이 눈에 들어왔다. 부모들과 함께 투표하러 오는 아이들이 미래의 유권자로서 모의투표를 해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둔 것이 인상적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자유민주주의 상징인 선거에 대해 배우고 이를 투표현장에서 직접 체험해봄으로써 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리라. 

투표소 밖에서는 특정 후보 진영의 선거운동원이 피켓을 들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투표일 전날 밤 12시면 선거운동이 마감되지만 이곳에서는 투표일 당일에도 유세를 할 수 있다. 다만 투표소로부터 좀 떨어져 있는 곳에 후보자들 이름 팻말이 꽂혀있는 곳에서만 가능하다. 그 선을 넘어서면 선거법 위반이 되는 셈이다. 웹디자이너로서 공화당 후보 선거운동원으로 나선 Jake Gissendanner씨는 기자에게 ’2010 Durham County Republican Voter Guide'라는 쪽지를 건넸다. 이 쪽지에는 미국 연방 의회 및 주 의회 상하원에 출마한 공화당 후보이름이 적혀있고 헌법수정 등에 대한 찬반을 묻는 질문에는 어떻게 답해야 하는지 안내돼 있었다. 뽑아야 할 공직자가 많다보니 유권자들이 헷갈리지 않도록 각기 투표해야 할 후보자 이름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놓았다. 

다음으로 찾은 투표소는 역시 Durham시내에 있는 Y.E. Smith 초등학교. 이 곳은 African-American들이 많이 사는 동네라서인지 투표소로 향하는 흑인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선거일이 공휴일인 우리나라와는 달리 이곳 미국은 휴일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Smith 초등학교에서도 투표소가 설치된 강당에서는 투표가 진행되고, 교실에서는 학생들이 수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투표소로 향하는 길 한켠에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힌 팻말이 눈에 들어왔다. ‘No Campaigning or distributing of Literature beyond this point'.(이 선을 넘어서 유세를 하거나 선거홍보물을 나눠주지 마세요) 

마지막으로 찾은 투표소는 더럼시 외곽에 있는 St. Stephen Episcopal Church. 투표소에 들어가보니 제법 많은 사람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있었다. 유권자들은 A4 용지 두장을 세로로 연결한 크기의 투표용지를 다 기입한 뒤 출구쪽에 설치된 투표용지 자동처리기에 집어넣고 ‘I Voted'라는 스티커를 받는다. 이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면 아직 투표를 하지 않은 사람들이 보고 ’나도 투표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게 돼 투표율을 높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고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설명했다. 70대로 보이는 한 유권자는 ’I Votes' 스티커를 익살스럽게 자신의 이마에 붙이기도 했고 엄마를 따라온 한 아이는 자신이 유권자인 듯 자랑스럽게 가슴에 스티커를 붙이고 투표소를 나섰다. 

투표용지 자동처리기에는 11시 35분 현재 전체 등록 유권자 3000명 가운데 648명이 투표를 했다고 표시돼 있었다. 오후 7시 30분에 투표가 마감되면 1~2시간내에 개표가 끝난다고 선관위 관계자는 설명했다. 우리나라도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자동개표기를 도입하면 밤 늦게까지 개표결과를 기다려도 되지 않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 동부에서 서부로 진행되는 개표방송 

 

저녁에 개표방송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워낙 땅이 넓어서 서부(Pacific)와 동부(Eastern)의 시차가 3시간이나 되다보니 투표 종료시점도 달라서 개표가 순차적으로 이뤄졌다. 동부 시각 기준으로 저녁 7시에 Indiana, Georgia, Kentucky, South Carolina, Virginia, Vermont 등 6개주가 가장 먼저 개표에 들어간 뒤 30분~1시간 간격으로 동부에서 서부로 이동하면서 새벽 1시에 마지막으로 Alaska가 개표에 착수했다. 그러나 밤 11시에 California, Idaho, North Dacota, Oregon, Washington주의 개표가 시작되면서 출구조사 발표와 함께 선거의 승패는 갈렸다. 

대부분의 경우 패자가 패배를 인정하고 승자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축하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하지만 표차가 아주 근소해서 승패를 장담할 수 없는(‘too close to call') 지역도 있어 앞으로 며칠, 길게는 몇주가 지나야 승패가 가려질 수 있게 됐다. 

 

3) 중간 선거가 남긴 교훈 

 

공화당의 압승으로 요약되는 이번 선거는 많은 시사점을 남겼다. 경제위기를 전 정권이 초래했더라도 현 정권이 이를 극복하지 못할 경우 민심은 등을 돌린다는 점이 재확인됐다. 특히 오바마 정권이 집권 초기에 상, 하원을 모두 장악하고도 경제살리기에 주력하기보다는 정치적 쟁점인 Health care reform 등에 지나치게 집착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앞으로 오바마 대통령은 2012년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하려면 경제를 반드시 본 궤도에 올려놓아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대다수 국민들은 워싱턴 정치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 기라성같은 현직 의원들이 신출내기 정치인들의 도전에 밀려 줄줄이 낙선하고 공화당 부활의 청신호가 된 'Tea Party Movement'가 돌풍을 일으킨 점이 이를 말해준다. 민심을 거스르는 ‘그들만의 정치’에 국민들은 분명한 경고를 보냈다. 

패배를 인정한 오바마 대통령이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과 앞으로 타협의 정치를 보여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 첫 번째 시험대는 조지 W 부시 정부때 발효돼 올해말에 끝나는 ‘Tax cut' 연장문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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