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222 / 작성일 : 2014-12-24
정혜전 조선일보 기자
MC-MPA(Mid-Career Master’s In Public Administration) Candidate 2011, Harvard Kennedy School
1)하버드케네디스쿨의 가을 학기
하버드케네디스쿨 MC-MPA과정을 졸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들어야 하는 세가지 부문의 코스(Requirement courses)들이 있다. 리더로서의 자질을 키울 수 있도록 리더십과 협상능력, 경제학 및 통계학, 그리고 윤리와 정치 등 세가지 part에서 최소한 한 과목 이상을 이수하고 각각 B학점 이상을 맞아야 한다. 케네디스쿨에서는 세계적으로 이름난 석학들이 너무 많아 한 한기에 4~5과목만 고르는 것이 큰 고민이 된다. 군사 외교 부문의 전문가인 조셉 나이 교수, 개발경제학의 대가 리카르도 하우스만 교수, 글로벌 경제의 대가 대니 로드릭 교수, 협상 전문가 브라이언 만델 교수, 리더십 전문가 로널드 하이페츠 교수 등이 대표적이다. 욕심같아서는 대가들의 수업을 모조리 듣고 싶지만, 숙제와 수업준비, 중간고사와 기말고사가 상당히 빡빡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수업을 선택하기에 앞서 하버드대학에는 shopping week이 주어진다. 일주일 동안 각 교수들이 40분씩 두번에 걸쳐 자신의 한 학기 코스에 대해 수업 진행 방식과 교재 등에 대해 설명하는 주다. 교수들이 학생들을 많이 끌어들이기 위해 자신의 강의를 세일즈하는 것이다. 유명한 교수의 class shopping day때에는 계단에 앉거나 서 있어야 할 정도로 학생들이 미어터진다. 수업 시작 후에도 2~3주동안에는 수업이 마음에 안들경우 취소하거나 다른 과목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학생들에게 수업의 선택권이 자유롭게 주어진다.
수업은 대부분 토론식으로 진행된다. 한 나라의 정책이나 정치 스캔들 등에 대한 케이스를 읽어오고, 수업 시간에 토론하는 형태다. 경제력이 국력을 좌우하면서 국제경제, 공공재정, 파이낸스 등 경제 관련 수업도 의외로 상당히 많았다. 경제 관련 수업은 일주일 또는 이주일에 한번씩 problem set을 숙제로 내준다. 단순한 경제 문제를 풀어오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이 나라의 재무 장관이라면,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어떤 정책을 사용하겠는가?’ ‘당신이 케네디스쿨을 막 졸업한 대통령 advisor라면 IMF에 가자고 보고서를 올릴 것인가, 말 것인가’ 등의 에세이가 섞인 것들이 대부분이다. 공공윤리 과목에서는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다면,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 투하를 지시했을 것인가, 말았을 것인가’ 등 다양한 ethic 딜레마들들 토론한 후 자신의 인생에서 딜레마에 빠졌던 경험을 final paper에 써오록 한다. 모든 과목들이 단순한 이론적인 지식 전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어떻게 이론을 적용해서 써먹을 수 있는지 practical한 관점에서 접근한다. 이 때문에 ‘과연 내가 이걸 향후 언제 써먹을까’ ‘학위나 일단 따고보자’는 안이한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지적인 호기심을 끄는 수업이 많았다.
2)하버드케네디스쿨 학생들만의 특권 ‘세미나’
하버드 케네디스쿨 학생들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특권은 각 나라의 전현직 대통령, 국무부장관, 재무부장관, 유명 TV앵커 등을 만날 기회가 공짜로 주어진다는 것이다. 각 나라에서 유명인사들 스스로도 하버드 케네디스쿨의 포럼(Forum) 연설자로 서는 것을 훌륭한 이력이자 커다란 영광이라도 생각한다. 작년에는 유엔 반기문 총장이 한국인으로서는 포럼 연설자로 나왔고, 이번 학기에는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국 국무부장관 등이 연설자로 섰다. 유명한 인사들의 세미나는 2~3주 전쯤에 이메일로 참가자 신청을 받은 후 추첨을 통해 이뤄진다. 콘돌리자 라이스 세미나에 당첨됐다는 메일을 받은 나와 친구들은 마치 로또에 당첨된 것처럼 기뻐했다. 강의실에서 하는 세미나도 수시로 넘쳐난다. 조셉 나이 교수의 ‘중국의 소프트 파워’, 알바로 우리베 전직 콜롬비아 대통령 강연, 미국-일본 정치경제 관계 증진 세미나, 한승수 전 국무총리 세미나 등이 예다. 한국 관련에서는 특히 북한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김정일 일가에 러시아를 가르쳐주던 개인교사에서 처자직을 버리고 북한을 탈출해 현재 미국 버지니아 조지 메이슨 대학 연구교수로 재직중인 김현식 교수의 탈북 이야기와 김정일 일가에 대한 강연에는 200여명 하버드 학생들이 참석했다. 중국과 북한 국경에서 4년간 지내며 ‘북한 탈출기’라는 책을 펴내고 탈북민들을 위해 봉사하고 있는 마이크 김의 세미나를 통해 탈북민들의 참혹한 실정을 들을 수 있었고,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차관보는 최근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 대해 무엇보다 중국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테인 린겐 옥스포드대 교수의 ‘전쟁 후 박정희 ‘독재’정권이 어떻게 한국을 부유하고 민주주의 국가로 이끌었는지’에 대한 세미나는 주제 자체가 흥미로웠다. 그는 폐허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이유로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살리기에 전 국력을 집중한 독재력 덕분이었다고 결론내렸다. G2(미국, 중국)로 불리는 중국의 위상은 하버드 교내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학교내에서 중국 관련 세미나는 일주일에 한 두번 이상꼴로 끊이지 않았고, 하버드 교수들도 하버드 중국 학생회에서 초청받는 것에 대해 상당한 프라이드를 갖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세미나 뿐 아니라 학생들이 리더가 되기 위해 갖춰야할 유용한 스킬들도 학교내 Communication center에서 무료로 이뤄진다. 예컨대, 카메라 앞에서 서는 법, ‘No’라고 말하는 법, 정책 메모를 쓰는 법, 오바마 대통령처럼 연설하는 법 등 말하기와 쓰기 기법을 가르친다.
하버드 기말고사는 12월 둘째주에 final paper를 제출하고, 셋째주에 exam를 치루는 식으로 나눠 치룬다. 하버드 케네디스쿨 학생들은 박사과정에 지원하지 않는 이상 B학점 이상만 되면 학점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도서관에 하루종일 지내며 A학점을 맞는 것보다 세미나를 통해 살아있는 지식을 쌓고, 네트워킹을 넓히는 밸런스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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