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222 / 작성일 : 2014-12-24
스탠포드 펠로우는 정말 특별한 경험이 되고 있다. 우선 펠로우 신분으로 스탠포드를 방문할경우 비지팅 스칼러와는 달리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스탠포드의 경우 비지팅 스칼러는 책을 빌리는 것이 매우 제한돼 있다. 하지만 펠로우로 올 경우 스탠포드 안에 있는 다양한 도서관에서 책을 무한대로 빌릴 수 있는 특권이 있다. 덕분에 필자는 그 동안 읽고 싶었던 책들을 마음껏 읽을 수 있는 자유를 누리고 있다. 펠로우로 스탠포드에 오게 되면 펠로우라는 말 그대로 스탠포드 교수와 유사한 혜택을 누를 수 있다.
덕분에 스탠포드의 모든 연구 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데, 특히 도서관의 수준은 경이롭다. 특히 스탠포드의 중앙 도서관이라고 할 수 있는 그린 라이브러리의 경우 엄청난 장서량도 놀랍지만 무엇보다 이용하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가 뛰어나다. 그린라이브러이에서는 테이블과 테이블의 간격이 거의 2~3미터에 이른다. 이 때문에 아주 쾌적하게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다. 특히 로비에 있는 모든 테이블은 전원을 3,4개 갖고 있어서 각종 전자장비를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정보화 시대에 걸맞는 배치라고 할 수 있다. 또 절반 정도의 테이블은 애플의 최신형 컴퓨터를 배치해 놔서 언제든 기다리지 않고 이들 첨단 기기를 이용해 검색과 자료 이용이 가능하다. 특히 공대 학생들은 이 애플 컴퓨터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작성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공부하는 자세나 방법도 한국과 매우 다르다. 한국의 대학 도서관이 고등학교 독서실과 유사한 형태인 반면, 이 곳은 편안한 쇼파에서부터 다양한 형태의 좌석을 갖추고 있다. 쇼파에 앉아 다리를 테이블에 올리고 편안하게 책을 보는 학생들을 보면 이 곳이 도서관인지 커피전문점인지 착각이 들 정도다. 이 같은 도서관의 편리한 시스템 때문인지 필자뿐만 아니라 필자보다 서른살은 더 나이가 들어 보이는 스탠포드의 석좌교수님들도 이 도서관의 쇼파에 앉아 따뜻한 햇빛과 푸른 경치 속에서 책을 보는 경우가 많다. 물론 필자도 좁고 답답한 연구실보다 그린 라이브러리의 매력에 푹 빠져 지내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 그린라이브러리 바로 맞은 편의 메이어 라이브러리나 필자의 전공과 연관이 있는 잭슨 라이브러리도 매력적이다. 메이어 라이브러리는 24시간 운영된다. 특히 메이어 라이브러리는 다양한 첨단 컴퓨터를 갖추고 있는데도 도서관에 들어갈 때 학생증 검사조차 하지 않는다. 또한 메이어 라이브러리는 주로 그룹 스타디를 위한 도서관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라이브러리이지만 곳곳에서 토론을 벌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스탠포드에 다니는 한국 학생들과 면담을 한 결과 한국과 미국 학생들의 가장 큰 차이는 한국 학생들이 혼자서 열심히 책을 읽는 반면 미국의 학생들은 토론을 통해 문제를 접근해 가는 방법이 다르다고 한다.
잭슨 라이브러리는 경영대 도서관이라고 할 수 있다. 수많은 경제, 경영학 관련 책들이 인상적이지만 더욱 즐거운 것은 오디오북을 갖추고 있어서 책을 보지 않고 오디오로 들으면서 읽을 수 있는 책이 많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특히 잭슨 라이브러리는 가장 인기있는 책들을 한데 모아서 따로 전시해 놓고 있기 때문에 미국에서 인기있는 경영학 서적들을 쉽게 찾아서 볼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이 같은 도서관의 환경을 접하다 보니 한국의 대학들이 미국의 대학을 벤치마킹하는데 있어서 먼저 도서관부터 벤치마킹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의 많은 교수님들이 미국에서 유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도서관을 미국처럼 만들겠다는 분이 많지 않았다는데 의구심이 들 정도다. 교수님 본인들은 이처럼 훌륭한 도서관에서 공부했으면서 왜 한국의 대학 도서관을 그대로 방치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더 놀라운 점은 스탠포드 주변의 시립도서관들조차 한국의 대학도서관보다 낫다는 것이다. 이 지역에서 최고의 부촌이라고 할 수 있는 팔로알토의 시립도서관은 물론이고 인근의 쿠퍼티노나 산타클라라 시립도서관이 한국의 대학 도서관보다도 더 좋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물론 이들 도서관의 장서량은 많지 않다. 하지만 열람실의 수준이나 이용자를 위한 편의시설은 한국의 주요 대학 도서관의 수준을 넘어선다.
필자는 훌륭한 지원 시스템을 갖춘 이 도서관들에서 주로 경기 변동과 리스크 매니지먼트에 관한 책들을 접하고 있다. 그리고 세미나도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 경우에는 가급적 경기 변동과 리스크 매니지먼트와 관련된 것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까지 연구한 바로는 경기변동의 원인에는 시장 내재적인 특징을 절대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외생적으로 보려고만 했던 기존의 학자들과 매우 다른 견해가 이 스탠포드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다.
또한 효과적인 리스크 매니지먼트가 각 개별 기업 단위에서 갖춰지기 위해서는 결국 사회적인 인센티브 시스템의 건전성이 중요하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2008년 미국의 금융시스템이 무너진 것은 개별 리스크 매니지먼트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미국 사회 전체의 인센티브 시스템이 잘못된 길로 인도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연구결과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필자는 이번 미국 연수기간 동안 스탠포드 대학에서 인센티브 시스템의 흠결과 그 흠결속에 리스크 매니지먼트의 과제를 연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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