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222 / 작성일 : 2014-12-24
정혜전 조선일보 기자
MC-MPA(Mid-Career Master’s In Public Administration) Candidate 2011, Harvard Kennedy School
<하버드 케네디스쿨의 핵심코스인 리더십과 협상 수업>
케네디스쿨에는 경제, 외교, 정치, 조직론 등 좋은 과목들이 너무나도 많지만, 가장 핵심 코스는 뭐니뭐니해도 리더십(Leadership)과 협상(Negotiation)코스라고 본다. 100% 토론식 수업으로 진행되고, 수업 참여도가 학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과목과 달리 35~40% 인데다, 매주 엄청난 숙제에, 정규 수업 외에 매주 두번 가량 워크샵에 의무적으로 참석을 해야하기 때문에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가장 힘든 수업으로 꼽힌다. 두 과목을 한꺼번에 듣는 것이 부담돼 영어가 모국어인 외국친구들도 가을학기와 봄학기에 한 과목씩 나눠 들을 정도다. 지난 가을학기에는 이 수업들을 해 낼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2월말부터 시작된 봄학기에는 용기를 냈다. 두 과목을 한꺼번에 다 듣기로. 그래야 케네디스쿨에서 무엇인가를 배웠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역시 힘들었다.
1) 리더십 (Exercising Leadership)
리더십 수업은 처음에 감당이 안될 정도로 수업방식 자체가 너무 특이했다. 처음 3주동안은 수업을 drop을 할까 심각히 고민했다. 리더십 분야에서 Hifetz 교수에 이어 2인자로 꼽히는 Dean Williams가 교수가 담당교수였다. 교수가 “What is your work in the classroom?” 이라고 짧게 질문을 던지면 120여명의 학생들이 1시간 반동안 난상토론하는 식이다. 교수에게 답을 기대하는 질문을 던져도 그는 “possible” “Maybe”라고 짧게 말해버리곤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토론하게 만들었다. 처음에는 교수로부터 무시당하는 느낌이었다. 도대체 무엇을 하는 수업인지 헷갈리기만 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수업의 Framework이나 Structure을 달라고 항의하고, “교수 당신 스스로 Work을 제대로 하지 않고 우리를 무시하고 있다”고 수업시간에 공격하는 친구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무표정으로 “나에게 답을 구할 것이 아니라 수업시간의 work이 무엇이고 framework을 찾아가야 하는 것은 너희의 몫”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고는 “수요일에 보자”며 휙 나가버리는 식이었다. 리더십 수업에는 한국 대학에서 배우던 이론식 수업이 없었다. 책과 토론, 그룹 워크샵을 통해 각자 자기만의 리더십 framework를 깨달아 가도록 하는 수업이었다.
어느날 교수가 아무말 없이 수업시간 초기에 아프리카 음악을 10분이나 틀어놓았다. 알아들을 수도 없는 아프리카 음악을 틀어놓고 도대체 우리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궁금했다. 음악을 끈 후 교수는 물끄러미 학생들을 바라봤다. 그러자 한 학생이 “도대체 교수가 우리에게 뭘 바랄까?” 라고 질문을 던졌다. “중간에 음악을 끄는 것? 춤을 추는 것?” 그 수업시간에 우리는 우리 클래스의 work이 무엇인지를 난상토론했다. 한달 후 교수는 수업시간에 다시 또다른 아프리카 음악을 틀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한 여학생이 얼어나 칠판에 “음악을 끄고 원래 work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썼다. 학생 여러명이 칠판에 달려들어 “listening이 우리의 work일 수도 있지 않냐”고 썼다. 그날 수업에서 교수는 이 음악을 통해 listening이 얼마나 힘든 리더십 함양의 과정인지를 설명했다. 우리만의 문화적 배경, 삶의 과정, 직업 등으로 결정되는 우리의 harp strings를 토대로 우리는 국한된 것만 listening을 한다는 것이었다. 자신을 구속하는 harp strings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것을 극복해야만 다른 사람들의 말을 경청할 수 있고, 그래야 조직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해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수업은 조직 멤버에 대한 관찰과 자신을 얽매고 있던 방해물들을 분석하게 하는 시간을 돌아보게 하면서 여러 학생들을 울리게 한다. 지금까지 5~6명이 수업시간에 눈물을 흘렸다. 어느날, 수업시간에 참여도가 낮은 중국 여자학생을 향해 너는 왜 클래스에서 silent faction이 됐냐고 세르비아 친구가 공개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그 여학생은 “기자출신으로 관찰자로서 듣는 것에 익숙해서 그런 측면이 있고, 또 하나는 중국이란 모국이 격변하는 과도기 사회라서 내가 과연 말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혼란스러운 측면이 있다. 내가 말하는 것에 내가 확신을 가질 수 없어서 괴롭다”며 눈물을 흘렸다. 어떤 날은 머리가 하얀 남아프리카 출신 백인 할아버지 학생을 향해, 한 여학생이 “너는 이번 수업시간에 세번이나 말했다. 왜 이렇게 말을 많이 하냐? 다른 친구들 말할 기회를 뺏는 것 아니냐”고 쏘아붙였다. 그러자 20여분간 “너무 심한 말을 했다”, “아니다 좋은 지적이다” “말한 횟수보다 컨텐츠가 중요한 것 아니냐”는 토론이 붙었다. 결국 그 광경을 물끄러미 보던 백발의 할아버지 학생은 수건을 꺼내서 울기 시작했다. 이에 학 학생이 교수를 향해 “Authority figure인 당신이 우리를 제대로 guide해주지 않고 우리가 서로를 공격하게 그대로 두니까 이런 사태가 일어난 것 아니냐”고 따지자, 교수는 “너희들은 내가 예수가 되길 바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는 Authority figure가 지시를 내리고, 예언을 하고, 서비스를 제공해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것이 충족되지 않았을 때 그룹 구성원들은 그에게서 authority power를 빼앗고 그를 죽이고, 이내 다른 사람을 그 자리에 앉힌다. 이것이 리더와 Authority figure와의 차이점이다.”
리더는 욕구를 충족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authority figure와 다르다. 조직(system)내의 각가지 faction들이 무엇인지 샅샅히 분석하고, 조직이 직면한 real work이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구성원들이 real work를 자각하고 도전할 수 있도록 조직에 intervention을 하고 조직원들을 mobilizing하는 것이 진정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인물이라는 것이 이 수업의 핵심이다. 조직을 분석하는 훈련은 매주에 한번씩 9명으로 구성된 그룹 워크샵을 통해 이뤄진다. 9명이 한번씩 돌아가면서 자신의 리더십 실패 경험을 프리젠테이션하고, 1시간 반동안 토론하는 식이다. 그 토론이 끝나면, 10여가지가 넘는 질문에 대한 답을 써서 내야 한다. 토론과정에서 구성원들의 반응이 어땠는지, 그룹내에 숨겨진 이슈가 무엇인지, 그룹의 다이내믹은 어떤 것이었지 등 실패사례 뿐 아니라 그룹 멤버들의 행동과 발언을 분석하는 식이다. 결국, 반복된 조직 분석 훈련과정을 통해 구성원들을 분석하는 틀을 갖추게 하려는 취지다. 화요일마다는 리더십과 관련된 다큐멘터리나 영화를 감상하고, 주인공이 직면한 리더십을 분석하는 저널을 또다시 써서 낸다. 일방적인 강의 방식이 아니라, 직접 그룹의 다이내믹을 경험하고, 다른 학생들의 리더십 실패경험을 듣고 분석하면서,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것이 바로 케네디스쿨이 가르치는 리더십 함양의 과정이다.
2) 협상(Negotiation)
케네디스쿨의 협상수업은 이론과 실전이 완벽하게 조합된 수업이다. 매주 월요일은 협상의 기술을 이론적으로 배우고, 토론한다. 매주 화요일 오후 4-6시에는 실제 협상을 해보는 시간이다. 수요일은 화요일 협상 경험을 분석하는 시간으로 이뤄진다. 자동차를 사고 파는 1대1협상, 사장과 조직원들의 임금 및 근무환경 협상, 그리고 항공사를 사는 쪽과 파는 쪽의 3대3협상 등 다양한 협상을 실전처럼 한다. 최근에는 항구를 개발하려는 프로젝트를 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이해관계가 다른 6명이 동시다발적으로 협상을 하는 실전 워크샵을 가졌다. 항구개발업체, 환경보호론자, 주지사, 지역 노동자조합, 다른 항구개발자들, 연방 기금 지원자 등이 모여 항구개발업체가 제시한 초기 협상안을 가지고, 30분씩 세번의 토론과 투표를 통해 최종 협정을 맺는 과정이었다. 협상과정에 자신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상대방과 연합전선을 구축해 개발업체의 초기 협상안에서 양보를 얻어내는 식이다. 2시간의 워크샵이 끝나면, 각 그룹이 협상결과를 써서내고 그 결과를 수요일 수업시간에 엑셀시트로 정리해 공개한다. 어떤 그룹이 협상을 잘했고, 못했는지 보여주고, 각 그룹의 협상 전략을 분석한다.
'기자가 과연 협상 기술이 필요할까’하는 의구심 반으로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하지만, 협상이란 가정에서부터 직장, 국가 등 모든 곳에서 쓸 수 있는 핵심 전략이다. 특히, 여성들은 협상의 약자로 통한다. 미국내에서도 MBA졸업생 중 임금협상을 하고 회사에 들어오는 여성들이 드물 정도다. 여성들은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하고, 남성들은 자신들의 과대평가해 임금 협상을 할 때 보다 적극적으로 공격적으로 협상에 임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물론 협상을 한 자는 더 높은 임금과 더 좋은 조건을 갖게 되는 것을 물론이다. 한국사회에서 이 같은 적극적인 협상전략을 이용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나의 것을 당당히 Asking하는 용기만 가지고 있어도 예상하지 못한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이 수업을 통해 깨닫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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