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222 / 작성일 : 2014-12-24
1. 금융 위기의 원인: 정부인가 시장인가?
- 인센티브 메커니즘을 중심으로…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세계를 강타하자 그 원인에 대한 분석이 계속되고 있다. 다양한 분석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극단적 시장주의자들의 분석이 눈길을 끈다. 극단적 시장주의자들은 여전히 시장을 완벽한 유토피아로 바라보면서 정부의 개입만 없었다면 위기도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의 부실에 대한 문제도 정부의 실패로 해석하고 있다. 정부의 후원을 받는 기업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이 세제 혜택과 규제완화를 통해 시장이 왜곡됐다고 주장한다. 특히 “Meltdown”을 쓴 Woods Jr는 CRA제도를 위기의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했다. CRA는 Community Reinvestment Act의 약자로 은행이 소수인종에 일정한 비율로 대출을 해줘야 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Woods Jr는 이 제도 때문에 빚을 갚을 수 없는 흑인과 히스패닉에 과도한 대출이 이뤄졌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세계를 뒤흔든 이번 금융위기가 단순히 인종적 문제에서 출발했다고 보는 것은 너무나 지엽적인 문제를 확대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출 부실 문제가 전체 금융시스템을 붕괴시킬 만큼 커졌던 가장 중요한 이유가 바로 복잡한 파생상품에 있음에도 이를 간과하고 있다.
Wood Jr가 제시한 금융위기의 두 번째 원인도 미국 정부에 있다.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2004년 집값이 연일 폭등하고 있을 때 다음과 같은 연설을 했다. “미국인들이 모두 집을 보유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 정부는 미국인들이 집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할 것입니다. 우리 정부는 저축이 많이 없는 가구도 집을 살 수 있도록 도울 것입니다.” 결국 미국 대통령까지 나서 집값 버블에 면죄부를 준 셈이다. 이처럼 잘못된 인센티브 메커니즘은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된다. 만일 정부가 잘못된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그러나 극단적 시장주의자가 만일 이번 금융위기의 원인을 미국 정부의 탓만으로 돌린다면 이는 자체적으로 모순을 갖게 된다. 극단적 시장주의의 경제관은 정부의 모든 조치가 사실상 시장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한다. 합리적 기대가설 하에서 정부의 조치는 일시적 교란을 일으키거나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즉 정부의 잘못된 정책조차 시장에 미치는 효과는 거의 없다. 그런데 이제 와서 금융위기의 원인으로 정부를 지목한다면 이는 자기모순이 될 수 밖에 없다.
극단적 시장주의의 또 다른 문제점은 정부의 시장 개입에 대한 평가가 항상 비대칭적이라는 것이다. 극단적 시장주의는 경제가 너무 좋아서 과열 양상을 보일 때 정부나 금융당국이 개입하는 것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비판을 한다. 그러나 반대로 경제가 불황국면에 접어들거나 위기가 올 때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데 대해서는 매우 관대하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 개입의 비대칭성은 시장에 매우 위험한 신호를 주게 된다. 자산버블이 꺼질 때는 정부가 나서 구제해 줄 것이라는 기대를 심어주게 된다. 이 때문에 이 같은 정부의 비대칭적인 개입이 반복되면 시장은 더욱 과도한 리스크를 떠안게 된다. 다시 말해 시장은 더욱 위험한 투기를 하게 된다. 이처럼 잘못된 인센티브 메커니즘은 버블을 키우고 터뜨리는 것을 반복하게 해 장기적으로 경제를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 결국 경제 안정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인센티브 메커니즘을 어떻게 만들고 다듬어 나가느냐에 달려 있다.
2. 버블과 붕괴는 왜 반복되는가?
- 버블을 가져온 잘못된 인센티브 메커니즘.
페니메이 프래디맥을 통해 돈을 빌려 집을 살 경우 미국 정부의 지원으로 낮은 이자율을 유지할 수 있었다. 더구나 미국 정부는 집 사면서 돈을 빌릴 경우 그 이자에 대한 세금 감면을 통해 시장을 왜곡시켰다. 이 같은 세금 감면은 한국 정부도 시행하고 있는 시장 왜곡의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미국의 경우 1%에 가까운 부동산 보유세를 부과하는 대신 집을 팔아서 돈을 벌어도 양도세를 거의 부과하지 않는다. 사실 근로 소득세와 형평이 어긋나는 비과세라고 할 수 있다. 땀을 흘려 돈을 벌면 중과세를 하지만 자본 이득은 비과세를 하게 되면 자본이득에 집착하도록 하는 왜곡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은행이 단기적인 수수료를 얻기 위해 장기적인 위험을 떠안는 비정상적인 경제 행위가 만연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mortgage backed securities와 credit default swap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비 이성적인 투기에 은행이 몰두했던 가장 큰 이유는 은행의 경영자들이 위험을 떠안은 대가로 얻은 수입으로 막대한 연봉을 챙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이들 경영자들은 나중에 은행이 망해도 엄청난 보너스까지 챙길 수 있었다. 그 대신 그 부실에 따른 천문학적인 부담은 모두 국민에게 돌아갔다.
결국 이 같은 잘못된 인센티브는 또 다시 위기를 반복하게 만들 가능성을 높여 놨다. 이제 은행 경영자 입장에서는 위험한 도박에 계속 참여해 나중에 망하더라도 더 많은 연봉을 챙기는 것이 더 합리적인 행동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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