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222 / 작성일 : 2014-12-24
미국에서 장보는 것은 즐겁지만 번거롭기도 합니다. 장을 잘못 봤다가 환불하기는 예사고 식료품을 너무 많이 사면 나중에 처리하기가 곤란해지기도 합니다.
연수기간 제가 겪은 장보기 문화입니다.
○장을 한번에 볼 수 없다
한국에도 동네마다 마트가 2, 3곳 씩 들어서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 경우 한국에선 주로 집에서 가까운 홈플러스에서 1, 2주에 한번씩 장을 봤습니다.
미국 뉴저지에서 저는 지난 10개월 간 장을 일주일에 2번 이상씩 봤던 것 같습니다. 마트의 종류가 워낙 많을 뿐 아니라 이 마트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력 상품이 각각 다르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용하는 식료품 구입을 위해 이용하는 마트는 코스트코, 패스마크, 타깃, 홀푸드, 트레이더스조, H마트, 미쯔와 등 7곳입니다.
코스트코는 집에서 20분 정도 차를 타고 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물건이 가장 다양하게 구비돼 있고 가격도 저렴해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곳입니다. 이 곳은 회원제도 이용해 회원카드가 있어야 합니다. 한국에서 코스트코를 이용했다면 한국 카드를 그냥 사용해도 됩니다. 박스 단위로 물건을 사야 해서 ‘저걸 다 먹을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들기도 하지만 이곳보다 싼 곳은 아직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패스마크와 타깃은 집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있습니다. 패스마크는 슈퍼마켓인데 당장 필요한 물건을 금방 살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식료품을 종류별로 다 구비하고 있지만 가격은 보통 정도입니다. 무료인 멤버십 카드를 만들면 할인을 받을 수 있습니다. 타깃은 문방구류, 옷가지, 가재도구까지 팔아 취급물품의 범위가 좀더 넓다고 보면 됩니다. 갑자기 풀이나 못이 필요할 때 편리하게 이용해왔습니다.
홀푸드와 트레이더스조는 유기농 음식들을 살 때 찾는 슈퍼마켓입니다. 홀푸드는 유기농 식재료를 주로 취급하고 트레이더스조는 유기농 패스트푸드를 많이 팝니다. 두 곳 다 가격은 일반 슈퍼마켓보다 10% 이상씩 비싼 편입니다.
한국 슈퍼인 H마트와 일본 슈퍼인 미쯔와는 순대, 닭튀김 같은 즉석 식품이나 육류를 살 때 많이 이용합니다. 특히 삼겹살 같은 육류는 이 아시안 마트에서만 팔고 있어 경쟁력이 있어 보였습니다. 미쯔와는 지난번 일본 방사성물질 유출사태 이후 수요가 급감했다가 최근 약간 살아나는 모습입니다.
옷가지를 살 때는 TJ맥스와 센추리21, 문방구류를 살 때는 스테이플, 가구나 주방용품을 살 때는 아이키아와 베드앤드베스, 아이들 장난감을 살 때는 토이즈러스를 주로 이용합니다. 이 중 아이키아는 젊은 부부들 사이에 인기가 많습니다. 가구를 직접 조립해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가격이 매우 싸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 경우 가구들이 그리 단단하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가격이 싼 만큼 오래 두고 쓸만한 제품들은 아닌 것 같습니다.
○월마트를 잘 안 가는 이유
마트 문화의 원조격인 월마트는 한국에서 사실상 실패한 모델입니다. 미국에선 다를까요? 별로 그렇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월마트는 지난 7분기 동안 동일 점포 매출액이 줄어왔습니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판단한 월마트는 고객들이 다른 업체에서 더 싸게 팔고 있는 제품의 목록만 제시하면 별다른 증거가 없어도 할인된 가격을 적용해주기로 했습니다.
월마트의 이런 저가정책이 시장에서 일시적으로 효과는 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소비자들의 발길을 완전히 월마트로 돌리기에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월마트가 초기 슬로건인 ‘항상 저가((EDLP·Every Day Low Price)’라는 정책을 포기하고 2000년대 들어 ‘절약하면서도 삶의 질은 높이자(Save Money, Live Better)’라는 정책으로 선회하면서 경쟁업체가 이미 저가 시장을 선점한 상태기 때문입니다.
월마트가 이 정책을 발표한 뒤 제가 사는 동네에 사는 주민들의 반응도 비슷합니다. 이미 소비패턴이 대량 구매는 코스트코, 소량 일시 구매는 동네 슈퍼로 굳어졌는데 월마트로 발길을 돌리기는 쉽지 않다는 겁니다. 게다가 이미 월마트의 정책 발표 이후 일부 마트들이 저가 정책을 강화하고 있기도 합니다. 미국 마트들의 출혈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또 한국에서 월마트가 실패한 이유가 소비자의 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번 월마트의 저가정책이 때늦은 감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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