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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연수기

미국 vs. 중국

작성자 : 222 / 작성일 : 2014-12-24


한 달 정도 된 이야기인데요. 아침에 일어나 TV를 켰더니 NBC, ABC, CBS까지 미국 지상파 방송들이 아침부터 듀크 대학 소식을 전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농구팀 소식 외에는 전국 네트워크 방송에 나올 일이 없는 남부 시골대학에 이게 뭔 일인가 싶어 귀를 쫑긋하고 내용을 들었더니 미국에서 가장 예민한 문제인 '인종 차별' 관련 소식이더군요 

 

듀크 대학의 한 연합 동아리에서 '아시안 파티'라는 걸 열었는데 이게 은근 아시아인들을 무시하고 비하 또는 조롱하는 분위기를 풍기자 듀크대학내 아시아 학생들이 집단으로 항의를 하고 있다는 뉴스였죠 

 

나름 남부의 명문 사립대학이라고 자부하는 학교측도 난리가 난 건 당연하고요. 특히 중국에 별도의 캠퍼스까지 두고 상당한 규모의 중국인 유학생과 교환학생들을 끌어 모으고 있는 듀크 대학 입장에서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겠죠 

 

하지만 문제가 불거져서 그렇지 이런 식의 아시아인 비하는 사실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유명 할리우드 스타나 운동선수들도 심심찮게 양쪽 눈을 옆으로 ?는다든지 R과 L 발음을 구분 못하는 동양 사람들 말투를 흉내 낸다든지 하는 장난을 자주 하는데요. 워낙 파티에서 별 짓을 다하는 미국젊은이들 입장에서는 별 거 아닌 장난에 왜 그리 호들갑이냐 하겠지만 당하는 아시아인 입장에서는 당연히 불쾌하죠 

 

수많은 동양인들이 미국에 진출했어도 여전히 미국인들이 동양인들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견은 잘 변하지 않나 봅니다. 가수 싸이가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싸이의 인기도 서양인들이 가지고 있는 동양 남자들의 전형적인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평가도 있는데요. 싸이에 대해 미국인들이 FAT FUNNY GUY라는 표현을 심심찮게 쓰더군요. 실제로는 지들이 훨씬 뚱뚱한데 말이죠. 

 

할리우드 영화에 등장하는 동양 남자 배우는 세 부류밖에 없다는 말도 있습니다. 두꺼운 안경을 쓰고 공부만 하는 역할, 작은 키에 뚱뚱하고 돈만 아는 역할, 마지막으로 닌자. 실제로 정우성같이 키 크고 잘생긴 동양 남자 배우나 모델이 미국에서 성공하기는 정말 어렵다고 하더군요. 

 

동양인에 대한 미국인들의 이런 편견과 비하가 말씀드린대로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닙니다만 최근 더욱 불거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여러 분석이 가능하겠습니다마는 동양인들, 특히 중국인들의 입김이 거세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가장 그럴싸해 보입니다. 

 

중국인들의 파워가 세지면서 예전 같으면 그냥 참고 넘어갔을 사안에 대해 당당하게 항의를 하고 이슈화를 시키기 때문이라는 거죠. 또 한편에서는 중국이 미국과 동등한 강대국으로 올라서고 미국에서 중국인들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그만큼 반감도 커졌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연쇄 반응이라고나 할까요? 

 

사실 미국 현지에서 느끼는 중국의 위상은 상상 이상입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제가 적을 두고 있는 듀크 대학 역시 어마어마한 규모로 중국인 학생들을 유치하고 있습니다. 지난 학기에 들었던 한 수업은 정원이 10명 정도 됐는데 중국 유학생들이 절반 정도를 차지 했었죠. 미국 학생 장학금을 중국 유학생들이 내주고 있다는 말도 있으니까요 

 

구매력도 엄청납니다. 세일 기간에 유명 아울렛이나 백화점에 가면 중국에 와있나 싶을 정도입니다. 돈 씀씀이만 놓고 보면 미국에서 백인을 제외하고 중국인과 인도인들이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 것도 틀린 말이 아닌 것 같습니다. 

 

세계 경제, 특히 미국 경제가 몇 년 동안 계속 침체기를 겪으면서 미국 사람들의 생활도 참 각박해졌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일자리도 줄고 여러 복지 혜택도 크게 후퇴하고 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돈 잘 쓰는 중국인들의 모습이 마냥 좋아 보이지는 않을 겁니다. 

 

지난 대선에서 오바마 진영은 공공연히 미국 공장을 중국으로 옮겨서 그만큼 중국이 잘살고 미국이 못살고 있다고 선전하기도 했었는데요. 이게 일반 유권자들에게는 중국이 미국 일자리를 빼앗아 가는 걸로 들릴 수 밖에 없는 거죠. 

 

외교 관계에서도 번번히 미국의 발목을 잡는 중국의 모습이 밉다 못해 이제는 무서운 단계까지 왔다는 게 일부 미국 언론이나 학자들의 분석인데요 

 

그런 만큼 중국에 대한 분석과 연구도 봇물을 이루고 있습니다. 중국 회화 수업에 미국 학생들이 넘쳐나는 건 말할 것도 없죠. 

 

미국 교수들과 대화를 하다 우리가 한국사람이라는 걸 아는 순간 대화는 자연스럽게 중국 이야기로 흘러 가곤 합니다. 중국과 북한의 관계, 김정은 정권 뭐 이런 이야기가 주류를 이루곤 하는데요. 뭐 TV나 신문에서 접하는 한국 관련 소식은 늘 그런 것 밖에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중국 옆에 있는 한국에서 왔으니 중국에 대해 잘 알 것 아니냐는 심정도 있는 것 같더군요. 중국어를 못한다고 하니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멕시코 같은 중남미 국가 지식인들이 대부분 영어를 잘 하듯이 너희들도 중국어를 잘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하면서요. 영어가 짧아서 참긴 했습니다만… 

 

한국 사람들이 중국에 가면 영어를 공부하고 미국 가면 중국어를 공부한다는 말이 있던 데 귀가 얇은 편인지라 이러다 남은 6개월 동안 중국어 공부하다 가는 거 아닌 지 모르겠습니다. 

NI HA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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