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222 / 작성일 : 2014-12-24
미국에 와서 제일 먼저 부딪히는 것은 언어 문제입니다. 한국에서 문법 위주로 영어 공부를 해 온 저로서는 듣기와 말하기가 제대로 되지 않아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연수 초반부터 사는 곳 인근에 있는 ESL(English as a Second Language) 과정에 등록했습니다. ESL은 영어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그들의 문화와 역사를 함께 배울 수 있어 여러모로 유익했습니다.
● 무료로 영어학원을
미국은 주 정부 지원으로 운영하는 ESL이 곳곳에 있습니다. 제가 사는 노스캐롤라이나 주 캐리 시만 해도 웨이크테크 라는 커뮤니티 칼리지 주관으로 교회나 중고교 등에 ESL 과정이 개설돼 있습니다. 저는 집에서 차로 5분 거리인 리디크릭(Reedy Creek) 중학교에 개설된 ESL을 수강했습니다. 학비는 무료. 이민자에게 영어를 가르쳐 새로운 사회 구성원으로 편입시키는 것이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라는 목적이 있기 때문에 강좌 개설 비용을 모두 주 정부가 부담합니다. 주나 커뮤니티 칼리지에 따라 학비를 받는 곳도 있다고 하지만 잘 찾아보면 무료도 많습니다.
무료 강좌지만 내용은 의외로 충실했습니다. 미국인 영어 교사 2명이 월 수, 화 목요일로 나눠 3시간씩 수업을 했습니다. 문법과 작문, 토론 수업이 정기적으로 진행되면서 교사가 수시로 질문을 던져 영어로 말할 기회도 많았습니다. 무료로 영어회화 학원을 다닌 셈이죠.
● 주간반과 야간반으로 나눠 진행
ESL은 주간반과 함께 야간반도 있습니다. 저는 낮 시간 스케줄 때문에 야간반(오후 6시 반~9시 반)을 다녔습니다. 낮 시간에 연수 학교를 가는 등 볼일을 보고 저녁 때 ESL 수업을 들어서 스케줄이 겹치는 것은 없었습니다. 특히 야간에는 한국인 수강생이 없어 완벽한 영어생활권이 조성되는 것이 장점이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아내가 한국에서 아기를 낳는 관계로 연수 초기 6개월은 ESL을 열심히 들었지만 아내와 아들이 미국에 온 뒤로는 ESL 수업에 나가지 못했습니다. 그게 지금 생각해도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 영어 외에 세계 각국의 문화와 역사를 배울 수도
“인도에서는 ‘중매결혼(Arranged marriage)’이 일반적입니다. 곳곳에 ‘결혼 소개소(Marriage bureau)’가 있어요.”
“저는 에리트레아(Eritrea)에서 왔습니다. 대다수 외국인은 우리나라가 어디 있는 지 모릅니다. 아프리카 지도에서 보면 수단과 에티오피아 사이에 있습니다.”
제가 다닌 ESL에는 헝가리, 몰도바, 인도, 중국, 콜롬비아, 멕시코, 에리트레아, 엘살바도로, 페루, 베트남 등 10여 개국에서 온 이민자들이 수업을 들었습니다. 그들과 어울리면서 다양한 문화를 접한 것은 기자인 저로서는 영어를 공부한 것 못지않게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특히 중남미 국가에서 온 이민자와 미국인의 반목, 미국 문화 전반에 남아 있는 스페인의 영향, 여전히 남아 있는 미국 남부의 인종차별적 습성 등은 향후 칼럼을 쓸 때 좋은 소재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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