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222 / 작성일 : 2014-12-24
미국에 와서 놀란 것 중 하나가 바로 쓰레기 처리 방식이었다. 쓰레기 분리 수거가 일상화되어 있는 한국과는 너무나도 달랐기 때문이었다. 한국에선 쓰레기를 종류나 크기에 따라 나눠서 버려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쓰레기를 버릴 수 있는 요일도 정해져 있다 보니 쓰레기 버리기는 이래저래 가장 신경이 쓰이는 집안일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미국에선 쓰레기 버리기만큼 간단한 집안일이 따로 없다. 분리수거 따윈 고민할 필요도 없이 그냥 몽땅 버리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처음 미국에 도착해서는 한국에서의 습관을 못 버리고 유리병, 플라스틱, 종이, 음료수 캔, 비닐 등을 차곡차곡 분리한 뒤 따로 보관했다. 하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아파트 단지 내에서 재활용품을 별도로 버리는 곳은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아파트 이웃들은 어떻게 하나 지켜봤더니, 마트에서 파는 커다란 흰색 비닐 봉투에 집안 쓰레기를 몽땅 쓸어 담아 끈으로 고정한 뒤 한꺼번에 휙 내다버리고 있었다. 심지어 침대 매트리스, TV, 컴퓨터, 책상, 의자 같은 대형 쓰레기도 일반 쓰레기처럼 그냥 통째로 내버리는 경우도 많았다. 그렇게 쌓인 쓰레기 더미는 얼마 뒤 초록색 청소차가 와서 친절하게 전부 비워주고 갔다.
음식물 쓰레기 같은 것도 우리나라처럼 따로 버리는 곳이 없다. 한국에선 음식물 쓰레기조차 버리는 양만큼 소비자가 돈을 내야 하는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가 전국 곳곳에서 시행되고 있지만, 미국은 부엌 개수대에 설치돼 있는 음식분쇄기(Grinder)로 음식물을 잘게 갈아내어 하수구로 내려 보내면 그걸로 끝이다.
쇼핑몰이나 서점, 마트 등 시내 곳곳을 돌아다녀봐도 그럴 싸한 쓰레기 분리 수거함은 찾을 수가없다.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에 가보니 쓰레기 분리 수거함도 갖춰놓고, 선생님이 쓰레기 분리수거에 대해 수업시간 중에 자세히 가르치는 등 교육 현장에선 쓰레기 줄이기와 재활용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일상 생활 속 환경 보호 실천과 관련해선 주민들의 의식이나 관련 인프라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느껴졌다.
솔직히 주민 입장에선 분리 수거를 하나도 하지 않아도 되니 편하긴 하다. 집에서 쓸모 없어진 물건은 크기나 내용물에 상관 없이 쓰레기통에 그냥 내버리면 되니까 말이다.
하지만 수 년간 분리 수거에 익숙해진 한국 사람이다 보니, 몸이 편한 것은 잠시 뿐이고 시간이 흐를수록 마구잡이 쓰레기 배출에 점점 마음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쓰레기를 버릴 때마다 죄책감을 느껴야 한다니! 쓰레기를 구분해서 버리지 않으면 벌금을 내야한다거나 하는 강제성은 없지만, 혹시라도 일반 가정에서 쓰레기를 나눠서 버릴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찾아봤더니 투스칼루사 시내에는 이동식 분리수거 쓰레기장인 이른바 드랍오프 리사이클링 트레일러(Drop-off Recycling Trailer)란 것이 있다는 것을 알아 냈다.
다만 투스칼루사 타운 내에서는 이런 트레일러가 10여곳 정도만 운영되고 있어 쓰레기 분리 수거를 하려면 차에 쓰레기를 싣고 운전까지 해가며 버려야 한다는 것이 다소 번거롭긴 하다. 하지만 지구의 미관을 해치고 있다는 마음의 부담감은 덜 수 있어 그런 수고쯤은 감내하고 있다. 트레일러 위치 등 자세한 정보는 www.tuscaloosa.com/recycle 에서 얻을 수 있다.
이전글 : 투스칼루사, 영어강좌 완전 정복
다음글 : 알라바마 ‘Roll Tide’ - 한국경제 유병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