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222 / 작성일 : 2014-12-24
투스칼루사는 버스나 택시 같은 대중 교통 수단이 거의 없기 때문에 자동차 운전이 필수다. 이때 꼭 필요한 운전면허는 한국 운전면허증만 있으면 필기나 실기시험을 치르지 않아도 간단히 손에 쥘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매우 간편하게 도로를 달릴 수 있다 보니, 미국 운전자들이라면 기본적으로 알고 있는 간단한 운전 상식들을 제대로 익히지 못하고 지나치기 쉽다.
일단 미국은 비보호 좌회전 도로나 신호등 없는 교차로가 많기 때문에 이런 곳에서는 운전자들끼리 눈짓과 손짓으로 소통을 많이 한다. STOP 신호가 있는 곳에서 차들이 동시에 멈춰 서면, 누가 먼저 갈 것인지 잠깐 눈치를 보다가 누군가 먼저 양보하겠다고 손짓을 하면 움직이는 식이다.
하이빔으로 운전자들끼리 소통하는 방식도 재미있다. 이건 직접 겪은 일인데, 일요일 아침 9시쯤 집 앞을 나서는데 반대편에서 오던 차가 내 차를 보면서 하이빔을 연이어 깜빡이는 것이 아닌가. 내가 뭘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그러는 걸까, 혹시 내 차에 문제가 있어서 알려주는 걸까 의아해 하면서 속도를 확 줄였는데, 세상에! 바로 그 순간 내 앞에 속도측정기를 겨누고 있는 경찰차가 불쑥 나타나는 게 아닌가. 일요일 오전부터 경찰이 일하고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기에 규정 속도보다 다소 빠르게 운전하고 있었는데, 그 운전자의 고마운 경고가 아니었으면 꼼짝없이 속도위반 티켓을 받을 뻔한 상황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미국에선 경찰이 숨어 있다는 것을 다른 운전자들에게 알려줄 때 하이빔을 깜빡인다고 한다. 또 옆차선으로 깜빡이를 켜고 진입할 때, 진입하려는 차선에 있는 차량이 하이빔으로 깜빡 거린다면 자신이 양보할 테니 진입하라는 신호로 받아들이면 된다. 느리게 가는 앞차를 추월하려고 할 때나 혹은 상대방에게 하이빔을 끄라고 알려줄 때도 하이빔을 사용한다고 한다.
사뭇 평화로워 보이는 미국 고속도로에는 경찰들이 운전자의 눈길이 미치지 않는 곳에 잠복해서 속도위반 차량을 잡아내는 경우가 많으니 아무 생각 없이 페달을 밟았다간 티켓을 끊기 십상이다. 일종의 함정 수사인 셈이다. 스피딩 티켓 가격은 주별로 다르고 규정 속도보다 얼마나 더 빨리 달렸는지 등 여러 변수에 따라 달라지는데, 일반적으로 한국보다는 훨씬 비싸다.
미 서부 일부 지역은 400~500불씩 나오기도 한다는데 투스칼루사의 경우 일반 스피딩 티켓은 182불이고, 25마일 이상 더 빨리 달렸으면 202불이다. 한국은 속도위반 카메라가 여기저기 설치돼 있어 여러 번 티켓을 끊기 쉽지만, 땅이 넓은 미국은 그런 카메라는 없는 대신 경찰차가 숨어있거나 돌아다니면서 벌금을 무겁게 매긴다. 이래 저래 타지에서 경찰과 대면하는 것은 썩 유쾌한 경험은 아니니, 운전할 땐 가급적 규정 속도를 준수하는 모범 운전자가 되는 것이 좋겠다.
고속도로의 경우 도로가 워낙 무미건조하고 단조롭다 보니 계기판을 보지 않으면 깜빡 하는 사이에 규정속도보다 훨씬 빨리 달리기 쉽다. 이때 운전 속도를 미리 고정해 놓고 달릴 수 있는 크루즈 컨트롤(Cruise Control) 기능을 활용하면 안심할 수 있다. 다리를 페달에서 떼고 달릴 수 있으니 운전자 입장에서도 편하다. 크루즈 컨트롤은 한국에선 볼 수도 없고 딱히 필요도 없는 기능이지만, 땅덩어리가 큰 미국땅에선 운전자들이 자주 활용하게 되는 안전운전 도우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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