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222 / 작성일 : 2014-12-24
미국에 비해 한국은 다이나믹한 나라다. 다채롭고 흥미로운, 때로는 가슴을 쓸어내리는 뉴스들이 매일 쏟아져 나온다. 최근 논란에 휩싸인 문창극 국무총리 지명자 관련 뉴스도 그렇다. 총리 지명과 동시에 교회 강연 영상이 터져 나오며 그의 역사 인식에 대한 논란이 일자 “사과는 무슨 사과할 게 있느냐”는 게 그의 첫 반응이었다. 해당 보도가 악의적 편집과 왜곡이라며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도 했다. 결국 자진 사퇴로 막을 내렸지만 그의 사퇴 기자 회견도 대부분 분통과 억울함 호소하는 내용이었다. 이는 남과 나에게 서로 다른 이중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소위 ‘귀인의 오류’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런 귀인의 시각차는 한국과 미국 언론에서도 나타난다.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멘스
문 총리 지명자의 이런 반응은 ‘귀인이론’으로 풀어볼 수 있다. 귀인이론은 특정 행동이 발생한 원인을 추론하는 인지심리학 이론이다. 성향이나 기질 등 행위자의 내부적인 속성에서 원인을 찾는 것을 ‘내적 귀인’, 반대로 상황과 환경 등 외부적인 요인으로 원인을 돌리는 것을 ‘외적 귀인’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행동을 추론할 때는 그 사람의 내적인 특성으로 귀인하면서도, 자신의 행동을 설명할 때는 상황적인 변수들을 사용해 외적으로 귀인하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문 후보자처럼 자존감이 높은 사람일수록 그렇다. 자신의 성격과 능력 같은 내적 요인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우월하다고 믿고, 자신이 실패하거나 다른 사람이 성공하는 경우 외부 귀인을 통해 자존감을 유지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때문에 그의 언론인 시절 칼럼에서는 내적 귀인을 들이대 상대방에 대해 비난의 칼날을 휘둘렀지만, 막상 자신의 일에는 외적 귀인이란 다른 기준으로 자신을 정당화했던 것이다.
◆한국과 미국 언론의 ‘귀인’ 시각차
한국과 미국 저널리즘에도 귀인의 시각차가 나타난다. 이슈나 사건의 원인 판단에 있어 미국 기자들은 개인에게 귀인하는 성향을, 한국 기자들은 상황으로 귀인하는 경우를 많이 보인다는 게 정설이다. 어떤 사고의 원인을 파악할 때 미국 언론은 행위자의 기질이나 성격 심리 등 내부적 요인에서 원인을 찾는 반면 한국 기자들은 행위자와 그가 처한 상황의 상호작용에 관심을 두는 경향을 보인다. 대형 사건이 일어나면 미국 언론은 범인의 심리 등 개인적 요인에 집중하는 데 비해 한국은 ‘예고된 인재(人災)’로 보도하는 것이 그 사례다.
비슷한 시기에 일어난 총기 사건에 대한 두 나라의 보도를 통해서도 이러한 경향이 단적으로 드러난다. 지난 6월 미국 오리건주(州)의 고등학교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해 학생과 용의자 등 최소 2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미국의 최대 일간지인 USA투데이는 아래와 같이 시작하는 기사를 보도했다. 총기사건의 원인을 범인의 성격이나 심리에서 찾으려는 경향이 엿보인다.
-Little resentments build in mind of shooter-
(2014년 6월 12일 /USA Today)
What happens inside the mind of a teen that allows him to go on a murderous rampage at his high school?
Shooter Jared Padgett, 15, was passionate about guns and had a temper, students have said. But he also seemed like a nice, normal kid. (학교에서 죽음의 광란극을 벌인 10대의 마음 속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총을 난사한 15세의 자레드는 총을 좋아하고 성급한 성격을 가졌지만 한편으로는 착하고 평범한 소년이었던 것 같다)
비슷한 시기 육군 22사단 동부전선 GOP 총기사고로 1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과 관련, 한국 언론의 보도는 아래와 같았다. GOP 총기 사고가 관심병사 등 병역 문화와 사고 등에 대한 군 부대 내부의 의 심각한 문제와 군 내부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됐음을 강조하고 있다.
-22사단 GOP 총기사고-
(2014년 6월 23일)
동부전선 GOP(일반전초)에서 총기 난사 뒤 무장탈영한 임모 병장이 23일 체포 작전에 나선 군(軍)의 투항 권유 끝에 자해 후 생포됐다. 이로써 지난 21일 오후 8시15분 총기 난사 이후 '무장탈영→총격·대치→주민 대피→포위→총기 자해'로 이어진 긴박했던 상황은 무려 43시간 만에 종료됐다.
그러나 군은 K-2 소총과 실탄으로 무장한 임 병장을 추격하는 과정에서 안이한 대응과 늑장 조치로 조기에 사태를 수습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기다 임 병장의 총기 난사에 대한 초기 대응 미흡, 진돗개 상황 늑장 발령, 말년 병장에게 뻥 뚫린 차단로 등은 앞으로 수사를 통해 풀어야 할 대목이다. 군대 내 각종 사고에 대한 조사가 내부의 구조적인 문제를 은폐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기 쉽다는 점을 감안할 때 임 병장의 범행 이유에 대해 여러 각도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두 나라 언론의 귀인 시각차는 서양의 개인 중심적 사고와 동양인의 집단주의적 문화의 차이로 풀이된다. 미국의 경우 성공과 실패 등의 원인을 찾을 때 개인지향적 경향을 보이는 반면 한국은 개인보다는 조직이나 집단에 기반을 두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기자들에게 어떤 귀인적 접근 방식이 더 낫다고 얘기하긴 어렵다. 사건을 볼 때 상황의 영향은 과소평가하고 개인 특성의 영향은 과대평가하는 것도 문제지만, 지나치게 상황 논리를 중시해 이슈의 원인과 책임을 두루뭉술하게 진단하는 한국 언론의 단점도 개선돼야 할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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